10인의 도둑, 관객 마음까지 훔칠수 있을까?… 초호화 캐스팅 ‘도둑들’
입력 2012-07-18 18:19
10명의 도둑들이 떴다.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서다. 한국인 7명에 중국인 3명이 가세한 도둑들의 별명이 개성 넘친다. 마카오박(김윤석) 팹시(김혜수) 뽀빠이(이정재) 예니콜(전지현) 잠파노(김수현) 씹던껌(김해숙) 앤드류(오달수) 첸(임달화) 쥴리(이신제) 조니(증국상). 25일 개봉되는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출연진이다.
캐스팅이 화려하다. 이 가운데 ‘태양의 눈물’을 차지하는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10명 모두가 숨어있는 주역이지만 어느 누구도 본색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스릴러 영화의 특성상 결정적인 순간에 주인공은 등장한다. 2012 유럽축구선수권 대회(유로 2012)를 제패한 스페인 대표팀의 ‘제로 톱’ 전략을 보는 것 같다.
초반 등장인물 소개에 할애하는 영화는 이후 중반까지 전지현 이정재 김혜수 김윤석 등 4명의 주인공에 초점을 맞춘다. 먼저 전지현. 줄타기 전문인 그는 팀워크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쿨한 마인드의 소유자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에 갇혀 있던 전지현은 섹시하면서도 당찬 캐릭터의 도둑을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크게 한 건 올리려는 한국팀의 보스 이정재. 부드러운 얼굴 이면에 욕망과 비열함을 감추고 있는 인물이다. ‘하녀’(2010) 등 전작에서 잘 생기고 돈 많은, 전형적인 미남 스타일을 주로 선보인 이정재는 짧은 머리에 콧수염을 붙인 강렬한 모습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동일한 목표를 두고 전지현과 벌이는 두뇌 싸움이 볼만하다.
전지현이 유들유들한 미녀 도둑이라면 김혜수는 카리스마 넘치는 미인 도둑이다. 전지현이 줄을 타는 와이어 액션으로 눈길을 끄는 반면 금고털이 전문인 김혜수는 관능미와 강렬한 눈빛으로 관람객들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자신을 배신한 남자에 대한 복수심. 그녀는 보석도 훔치고 복수도 하는 일석이조를 거둘 것인가.
마카오 카지노에서 하룻밤에 88억원을 땄다는 전설의 도둑 김윤석. ‘태양의 눈물’을 훔치는 작전의 설계자로 한국과 중국 도둑들을 모이게 하고 범죄를 지휘한다. ‘타짜’(2007)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후 ‘추격자’(2009) ‘황해’(2010) ‘완득이’(2011) 등에서 연기력을 뽐낸 김윤석은 이번 영화에서도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또 한 명의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순정파 신참 도둑 김수현이다. 주연 배우를 이미 확보한 최 감독은 잠파노 역에 무명 배우를 원했다. 그러다 최 감독은 김수현을 우연히 만나 그의 진지한 태도와 외모에 푹 빠져 캐스팅했다. 김수현은 이후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스타가 됐고, 최 감독은 여성 팬들을 고려해 그의 출연 장면을 한 컷도 삭제하지 않았다.
은퇴 말년의 생계형 연기파 도둑 김해숙, 소심한 총잡이 오달수, 중국 도둑의 리더 임달화, 냉정한 금고털이 전문 이신제, 행동파 총잡이 증국상 등 여타 배우들도 ‘태양의 눈물’을 훔치는 작전에 각각의 캐릭터로 한몫한다. 영화 도입부와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신하균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극적 긴장감을 더하는 영화에 양념 격 웃음을 선사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4’에서 고층 빌딩 유리창을 타고 오르는 와이어 액션과 ‘오션스 일레븐’에서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전개되는 스릴을 버무린 느낌이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를 통해 흥행보증수표로 부상한 최 감독의 역량이 결집된 작품이다. 초호화판 캐스팅과 스펙터클한 볼거리로 무장한 ‘도둑들’이 관객들의 마음까지 훔칠 수 있을까. 15세 관람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