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횟집 수족관에 갇힌 고등어의 탈출 도전기

입력 2012-07-18 18:19


“비상! 손님 왔으니 모두 죽은 척해!”

횟집 수족관 물고기들은 사람이 오면 죽은 척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인간에게 선택되는 순간 죽음이다. 횟집이 문을 닫으면 물고기들은 그때부터 활보한다.

서열 1위 올드넙치, 현실주의자 아나고, 기회주의자 줄돔, 냉소주의자 도미, 막내 놀래미 등이 사는 수족관에 어느 날 ‘바다 출신’ 고등어가 왔다. 신참 고등어는 “다 같이 바다로 가자”며 틈만 나면 탈출을 시도한다. ‘양어장 출신’ 다른 물고기들은 이미 꿈을 잃은 상태. 고등어는 이들과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파닥파닥’은 바다 출신 고등어의 횟집 탈출 도전기를 그린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국제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독립영화지만 배급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CGV무비꼴라주상’도 받았다. 2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마당을 나온 암탉’과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돼지의 왕’의 명성을 이을 기대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파닥파닥’은 이대희(35) 감독이 10년을 준비한 작품이다. 사각형 수족관이 주된 배경이라 관객이 답답하지 않도록 뮤지컬 형식을 적절히 배치했다. 바닷속을 가르는 고등어의 꿈을 묘사하는 장면처럼 상상이 필요한 부분은 노래로 표현했다.

많고 많은 생선 중 왜 하필 고등어가 주인공일까. 이 감독은 회사와 집을 오가다 횟집에서 고등어를 봤다. 고등어는 가을에 보름 정도만 들어오는 생선. 다른 물고기는 항상 축 늘어져 있는데 고등어는 직진하는 습성 때문에 계속 유리벽에 머리를 부딪쳤다. 그 모습에 영감을 받아 영화가 탄생했다. 목소리는 성우 김현지 시영준씨 등이 맡았다.

작품성은 있지만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을 생각하고 아이들 손잡고 찾았다가는 난감할 수도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주제가 묵직하기 때문이다. 물고기의 감정 표현과 동작이 세밀하고, 횟감으로 죽어가는 모습도 사실적이다. 도마에 오르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모습이 우리 현실과 너무 닮아 때때로 보기 불편하다. 26일 개봉.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