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엄마표 교육법
입력 2012-07-18 19:37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의 일화. 남편인 빌 클린턴이 대통령 임기를 끝낸지 얼마 안 돼 부부가 우연히 한 주유소에 들렀다가 힐러리의 옛 남자친구가 주유소 사장으로 있는 것을 봤다. 빌이 “당신이 저 남자와 결혼했다면 지금은 주유소 사장 부인이 돼 있겠지”라고 하자 힐러리는 “아니, 저 남자가 미국 대통령이 돼 있을 거야”라고 응수했다.
대통령을 꿈꿨던 힐러리의 당당함은 어머니 도로시 하웰의 교육에서 나왔다. 딸을 강하게 키우고 싶었던 도로시는 “시련이 닥치더라도 반드시 살아남아라. 절대로 희생자는 되지 말라” “누가 너를 때리거든 너는 더 세게 쳐라” “자신의 앞길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라고 끊임없이 독려했다. 그러면서 자녀들을 매주 도서관에 데려갔고, TV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중국 전한(前漢) 말 학자 유향이 지은 ‘열녀전’에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소개돼 있다. 맹자의 어머니는 아들 교육을 위해 공동묘지 근처에서, 시장 근처로, 마지막에는 글방 근처로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 조선시대 한석봉의 어머니는 호롱불을 꺼놓고 자신은 떡을 썰고, 아들에겐 글씨를 쓰도록 해 한석봉을 추사 김정희와 쌍벽을 이루는 조선 최고의 서예가로 키워냈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 자매는 그제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어머니의 특별교육법을 소개했다. 어려웠던 시절 비행기 티켓을 공짜로 얻기 위해 입양아를 대동하고 딸들의 유학길을 개척했는가 하면 한국전쟁 당시 피란을 갈 때도 피아노를 트럭에 싣고 갈 정도로 7남매의 음악교육에 열성적이었다고 한다.
최근 열린 5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개인 부문 2위를 한 서울과학고 1학년 김동률군 어머니의 교육법도 남다르다. 네 살짜리 아들에게 사과를 반으로 잘라 보이며 ‘나누기’ 의미를 가르쳤고, 다섯 살 때는 동화처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수학 관련 책들을 사서 같이 읽으면서 토론하듯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게 했다고 한다. 혹시라도 흥미를 잃어버릴까봐 사교육은 한 번도 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 학부모들에겐 대권주자들이 외치는 ‘행복한 교육’ 공약만큼 딴 나라 얘기다. 문 닫는 학원이 늘어나고, 사교육비가 감소했다고 하지만 체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어느 학원에 보냈더니 ○○학교를 갔더라”는 동창 말에 솔깃해 방학을 앞두고 학원 순례하는 게 요즘 엄마들의 일과가 아닐까 싶다.
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