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성향 산별 위원장들과 갈등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사의
입력 2012-07-17 21:52
민주통합당과의 정책연대에 비판적인 보수파로부터 사퇴압박을 받아온 이용득(59) 한국노총 위원장이 건강상 이유로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사무실에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한국노총 산하 산별연맹·지역본부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민주통합당과의 정치참여 방침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직만 수행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의 사퇴 결심엔 한국노총의 정치방침이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보수 정당을 지지해 왔으나 지난해 1월 이 위원장이 당선된 뒤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하고 같은 해 12월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야권통합정당(현재 민주통합당)에 대한 지분참여를 선언했다.
그러나 보수적 성향의 일부 산별 위원장들은 “정치방침을 결정한 대의원대회에 하자가 있다”며 법원에 민주당 참여 결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보수파 불참으로 지난 2월 한국노총 66년 역사상 처음으로 정기대의원 대회가 무산되기도 했다. 4·11 총선을 앞두고 이 위원장은 중앙정치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채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를 결정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최봉홍 항운노련 위원장은 총선에서 한국노총의 정치방침을 정면으로 어기고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 당선되기도 했다. 한국노총 일부 산별 대표자들은 총선 직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따로 만나 노동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패배하자, 이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이 위원장 임기는 2014년 1월까지로 규약상 한국노총은 다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위원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 한국노총 내 개혁파의 상징적 인물인 이 위원장이 중도 사퇴함에 따라 한국노총은 대선국면에서 어느 당과 공조할지를 놓고 심각한 내홍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