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상찮은 北, 혼란과 도발에 철저히 대비해야
입력 2012-07-17 20:17
이영호 북한군 총참모장 전격 해임 무엇을 의미하나
북한 내부 상황이 심상찮다. 김정일 사후 김정은 체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로 꼽혀온 북한군 총참모장 이영호가 하루아침에 모든 직위에서 쫓겨났다. 이영호의 전격 해임을 보도한 조선중앙통신은 ‘신병관계’를 이유로 들었지만 모든 정황을 고려할 때 이는 믿기 어렵다. 정부 관계자도 “정치적 숙청사건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작게 보면 이영호라는 개인의 해임 문제이지만 크게 보면 북한 내부가 권력다툼 등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게 느껴진다. 어떤 조직이든 내부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호도하기 위해 관심을 외부로 돌리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고 보면 이영호 숙청을 계기로 북한의 대남 도발이 자행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 불안정한 것으로 평가되는 김정은 세습 체제가 인민들의 충성심과 결속력을 유도하기 위해 대남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더욱 커진 만큼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혹시라도 도발을 해올 경우 다시는 장난질을 못하도록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이와 함께 만에 하나 북한 내부에 급변사태 등 혼란이 발생할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엉뚱한 세력의 손에 들어가거나 제대로 제어되지 않을 경우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영호의 전격 실각은 신속한 보도까지 포함해 대단히 이례적이다. 거기에는 당연히 그만한 배경 또는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선 김정은이 자신의 체제를 구축하는데 큰 힘이 됐지만 너무 커버린 이영호에게 일종의 위협을 느껴 잘라버렸고, 누구든 자를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북한 같은 체제에서 정변(政變)은 최측근에 의한 궁정 쿠데타나 무력을 지닌 군에 의한 쿠데타밖에 없다. 그렇게 봤을 때 북한군의 최고 군령권자로서 북한군을 좌지우지하는 이영호는 큰 위협으로 비쳤을 수 있다. 어쩌면 이영호가 실제로 어떤 낌새를 보였거나 빌미를 주었을 수도 있다.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과 차별화를 꾀하면서 비(非) 군 출신인 장성택, 최룡해와 손잡고 선군정치에서 탈피해 당 우위로 회귀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군부 강경파인 이영호가 강력히 반발했을 수 있다.
이 경우 이영호와 함께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찰총국장 김영철을 위시한 군부가 불만을 품고 정치적 반격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설도 나온다. 자칫하면 북한이 엄청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북한이 상층부의 권력투쟁으로부터 인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대남 도발을 자행하는 경우다. 실제로 북한은 이영호의 실각 소식 보도와 때를 같이 해 “남한과 미국 정부 지령을 받고 북한에 침투한 테러행위자를 적발했다”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내놨다. 북한 내부에 특이사태가 있을 경우 인민들의 눈길을 밖으로 돌리거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전형적인 술책이다. 대북 방비에 추호의 허점도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