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공항 포퓰리즘의 독배를 또 들려는가

입력 2012-07-17 19:39

지난해 3월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신공항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신공항 입지를 두고 싸움을 벌여왔던 지역 국회의원들이 이번에도 두 패로 나뉘어 경쟁적으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부산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의원 20명은 16일 ‘부산국제공항공사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부산국제공항공사가 국제공항의 건설 및 운영을 맡도록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김해공항의 부산 가덕도 이전을 추진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경남 밀양을 동남권 신공항 입지로 주장했던 대구·경북 및 밀양 지역 새누리당 의원 22명도 곧바로 ‘남부권국제공항공사법안’을 냈다. 신공항의 편익을 영남지방은 물론 충청권, 호남권까지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에서 동남권 대신 남부권이란 명칭을 사용했지만 가덕도 공항 이전에 반대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의원들의 잇따른 법안 제출은 19대 국회 및 차기 정권에서 신공항 사업을 재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자들의 신공항 공약을 압박하겠다는 뜻이 강하다.

하지만 신공항 건설 사업은 지난해 3월 전문가들로 구성된 입지평가위의 정밀검토 결과 가덕도와 밀양 모두 “불리한 지형 여건으로 환경문제, 사업비 과다, 경제성 미흡 등으로 사업 추진이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 폐기된 사안이다. 사업이 백지화되는 과정에서 지역이기주의가 분출해 지역 의회에서 삭발투쟁까지 감행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2007년 대선 공약으로 이를 내걸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깨뜨렸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대형 개발사업을 인기에 편승해 덜컥 공약으로 내걸 경우 국민 갈등을 부추기고, 국가 지도자 스스로도 약속에 매여 국정 차질을 빚게 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준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불과 1년4개월 전 사업성 미흡 판정을 받은 사안을 또다시 들고 나온 것은 이런 난맥상을 되풀이하자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에는 야당까지 논란에 가세할 태세다. 지난 총선에서 부산 사상에서 당선된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도 관련 법안을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부산시의원 출신 선진통일당 비례대표 김영주 의원도 부산국제공항공사법안 발의자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들은 ‘신공항 포퓰리즘’의 독배를 다시 들어선 안 된다. 경제논리를 존중하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하고, 국론분열을 자초하는 공약을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 의원들도 지역구 민원만 앞세우지 말고 국가 전체의 비전을 고민해야 하며, 대선 주자들을 인기영합주의의 올가미에 밀어넣는 일은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