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심해지는데 감정싸움만… 한은-금감원, 국제회의 명칭 다툼
입력 2012-07-17 19:04
글로벌 경기 둔화로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해묵은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안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는 물론 두 기관장이 참석한 국제회의 명칭에 대해서까지 지엽적 싸움을 이어가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발단은 지난 15일부터 3일간 일본에서 열린 EMEAP(Executives’ Meeting of East Asia and Pacific Central Bank) 회의다. 이 회의에는 김중수 한은 총재와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다.
금감원은 이 회의 명칭을 ‘동아시아·대양주 금융기관장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한은은 즉각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 회의의 정확한 명칭은 ‘동아시아·태평양 중앙은행 임원회의’라고 반박했다. 회의 공식 명칭은 한은의 지적이 맞지만 주최 측이 의전을 고려해 금감원에 ‘EMEAP Head And Governors Meeting’이라고 보낸 사실을 간과했다. ‘헤드(Head)’는 감독기관장을 뜻하기 때문이다. 한은의 이 같은 지적은 중앙은행 총재가 권 원장보다 뒤로 밀린 것에 대한 불쾌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두 기관은 지난해 한국은행법 개정 과정에서부터 티격태격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 원장은 한은에 금융기관 조사권을 부여하는 법 개정에 반대했고, 결국 국회 표결 직전 안건에서 제외됐다. 가계부채 문제를 두고도 금융당국은 “한은이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압박했고, 한은은 “감독당국이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안정에 머리를 맞대도 부족할 상황에 감정싸움이나 하고 있다니 정말 한심하다”고 힐난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