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티온, 한라공조 상폐 추진… 국부·기술 유출 우려
입력 2012-07-17 22:00
자동차 에어컨-히터 제조 기업인 한라공조의 외국계 대주주가 주식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 폐지를 추진하고 있어 ‘국부 유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라공조의 지분 69.99%를 가진 비스티온은 오는 24일까지 주식 공개매수를 실시해 지분율을 9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후 비스티온은 상장 폐지 후 한라공조에 5000만 달러를 투자해 글로벌 연구개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부와 기술 유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라공조에 누적된 이익잉여금만 1조2000억원이 넘는다. 또 상장 폐지로 공시 의무가 없어지면 해외 매각과 기술 이전 등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
한라공조는 2011년 기준 매출액이 3조3121억원, 영업이익 3045억원을 낸 알짜 기업이다. 대전과 경기도 평택에 공장이 있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에 에어컨-히터 시스템을 주로 납품한다.
열쇠는 국민연금공단이 쥐고 있다. 국민연금은 한라공조의 지분 8.10%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이 비스티온의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으면 95% 이상 지분을 채워야 가능한 상장 폐지를 할 수 없게 된다.
공공기관으로서 정치적 부담을 느끼는 국민연금은 외부 입장 표명을 꺼리고 있다. 향후 상황에 따라 해외 자본에 ‘먹튀’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빌미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공개매수 청구시한인 오는 24일까지 내부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을 팔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라공조 노조는 “비스티온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를 내세워 KB 국민은행에서 매수자금 9150억원을 차입했고 이를 메우기 위해 회사를 분할 매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비스티온 측은 “우리는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로 1999년부터 한라공조의 대주주였다”며 “먹튀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우성규 이영미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