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듯 안 달리듯… 조용해야 팔린다!” 자동차업계 소음과의 전쟁

입력 2012-07-17 18:54

엔진 소음의 주파수를 분석한다. 차내 스피커를 통해 엔진 소음을 상쇄하는 음파를 내보낸다. 운전자는 엔진 소음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자동차 부품업체 현대모비스가 최근 자동차 실내소음 저감장치인 ANC(Active Noise Control) 연구 개발을 마치고 현대차 차량 장착을 위해 최종 점검을 하고 있다. ANC는 잠수함 등에서 사용되는 기술이다.

자동차업계에서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실내소음 방지 및 조율 기술이다. 피할 수 없는 소음이라면 가급적 듣기 좋은 음역대로 바꾸는 것이 트렌드다. 국내 시장이 해외보다 진동 및 소음 성능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은 편이어서 업체들의 개발 노력도 뜨겁다.

현대차는 17일 신형 8연속 오토매틱과 충전공기 직접분사 방식의 GDI 엔진을 제네시스에 적용해 가속 때 중저음의 음색을 내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또 그랜저 5G는 엔진 주행음과 타이어 노이즈의 주파수를 맞춰 주행 때 조용함을 가미했다고 전했다.

기아차는 프리미엄급 K9을 중심으로 깜박이와 같은 전기장치음을 거슬리지 않는 부드러운 소리로 바꿨다. 차선 변경 때 옆 차선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차량을 알릴 때는 운전석 아래 시트 쪽을 두드려주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전보다 평균치 주행음은 10㏈, 정차 시 소음은 5㏈ 이상 개선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 오디오 메이커 보스와 함께 SM5 보스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은 르노삼성은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사운드 엔지니어로 나온 배우 유지태를 모델로 해 고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소음을 정비소 내부가 아닌 실제 주행에서 측정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축적, 검증과정을 거쳐 만든 매뉴얼이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가운데는 아우디가 눈에 띈다. 아우디는 청각팀이 별도로 존재하고 사운드를 디자인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A4 모델라인 음향책임자로 일한 토마스 크리겔은 업계에 ‘오케스트라처럼 조율된 차(orchestrated car)’ 개념을 도입했다. 주력인 A8 모델의 경우 다이내믹한 저음 사운드를 내는 베이스 음역대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