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소비… 이마트 지수 사상 최저

입력 2012-07-17 21:51


계속되는 경기 불황이 마트 풍경을 바꾸고 있다. 소비심리가 사상 최악으로 얼어붙은 가운데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낮은 PB(Private Brand·마트가 독자적으로 생산하는 제품)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장수 제품을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

◇소비심리 금융위기 때보다 안 좋아=이마트는 소비자 실질 경기를 보여주는 ‘이마트 지수’가 지난 2분기 92.0을 기록해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나빠졌다고 17일 밝혔다. 지금까지 가장 안 좋은 시기는 조사를 처음 시작했던 2009년 1분기 94.8이었다. 특히 식생활지수는 92.0으로 2009년 1분기 97.7보다 떨어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황의 여파로 먹는 소비마저 감소한 것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가격 상승이 심한 국산 과일이나 채소 소비는 크게 줄어든 반면, 가격 경쟁력이 있는 수입 체리 레몬 등은 구매가 늘었다.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닐슨이 한국 성인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2%는 국내 경제가 침체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중 53%는 “12개월 후에도 경제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 물건을 사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대답도 86%에 달해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음을 보여줬다.

◇싸고 친숙한 제품 선호=최근 마트에서는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PB 제품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슈퍼의 경우 PB 제품인 ‘와이즐렉 세이브 우유’ 매출이 부동의 1위이던 서울우유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와이즐렉 세이브 우유 가격은 서울우유보다 30%가량 저렴하다. 지난해에는 서울우유의 절반 수준이었던 세이브 우유 판매량은 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32만9000개가 팔리면서 서울우유(16만7000개)의 배가량 높아졌다.

이마트의 경우 올해 전체 매출의 25%가량이 PB 제품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제주 흑돼지 캔햄, 수삼영양밥 등 PB 제품 고급화를 통해 시장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추억을 떠올리는 올드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1971년 출시된 농심 새우깡과 올해로 30주년이 된 라면 너구리는 지난해보다 각각 14%, 12% 판매가 늘어났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에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검증된 제품을 사려는 수요가 맞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의 경우 전형적인 ‘립스틱 효과’(불황기에 립스틱 같은 저가 화장품 매출이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가 나타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백화점에서 중저가 제품군을 갖춘 브랜드숍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