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홍순영] ‘꿈’의 정치경제학

입력 2012-07-17 20:09


꿈의 사전적 뜻은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理想)’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꿈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을 구성원으로 하는 국가나 기업 같은 조직에도 적용된다.

인류의 역사는 꿈을 꾸는 사람과 조직에 의해 발전해 왔다. 꿈을 가진 과학자들이 있었기에 사람이 하늘을 날며, 밤에도 낮같이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의 오랜 숙원인 무병장수도 가능해지고 있다.

정치사적으로 보면 몽골이 풀 한 포기 자라기 어려운 척박한 고원을 나와 전쟁의 공포와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꿈을 꾸었기에 세계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로마제국도 유사하다. 경제사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이 반만년의 지긋지긋한 가난의 멍에를 벗어나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자’는 꿈을 꾸었기에 고도성장과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을 이룰 수 있었다. 중국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제18대 대선이 다가오면서 각 당의 대선 예비후보들이 경선 준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후보마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한다. 또 일자리와 복지를 늘리고, 양극화와 불균형을 해결하겠다고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며 관련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대한민국이 인류사 최초의 지상낙원 실현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하겠다.

각 당의 대선 예비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공약은 자신들이 펼쳐나갈 국가의 꿈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권의 유력 후보 한 분은 ‘꿈’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해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필자는 경선에 나서고 있는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후보들의 공약이 자신들이 받들고 위하겠다는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꿈과 바람이 무엇인지를 직접 묻고 알아보고 한 것인지, 아니면 탁월한 캠프 정책참모들의 뜻과 의지인지.

필자가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각 후보의 공약들이 아직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소기업과 서민들만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포퓰리즘이 된다. 또 경제민주화가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불균형, 불합리를 바로잡자는 것이지 대기업의 발목을 잡자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각 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더욱 잘 정리된 공약들이 제시될 것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중소기업·서민들이 꿈과 뜻을 같이하여 제2의 도약을 이룰 공약들이 나오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건국과 도약은 지도자가 실현 가능한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고 구성원들과 꿈을 공유했기에 가능했다. 앞서 말한 몽골 세계제국 건설이 그러했고, 대한민국의 고도성장 달성이 그러했다. 당시 지도자들은 구성원의 꿈을 정확히 파악하여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다. 구성원과 꿈을 공유했으며, 구성원들과 행동을 같이하면서 그들의 역량을 결집했다.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사욕을 버리고, 겸손하게 구성원들에게 물어 그들의 꿈을 알고, 그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락을 같이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원로학자 김동길 교수는 최근 한 강연에서 “오늘날 대한민국에는 제대로 된 꿈을 가진 지도자가 없으니 국민도 꿈과 희망이 없습니다. 돈과 출세밖에 모르는 꿈 없는 지도층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습니다”라며 나라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경선 후보들이 귀담아 두어야 할 이야기이다.

경선 후보들에게 부탁드리고자 한다. “후보님들이 위하겠다는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꿈이 무엇인가를 진정성을 갖고 겸손하게 묻고, 그들과 공유할 수 있고 그들의 역량을 결집해서 재도약을 가능하게 할 명확한 비전과 꿈을 공약해 주십시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