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권력구도 요동] 장성택, 권력재편 막후 조종… 후견인 아닌 실권자

입력 2012-07-17 21:51


이영호 숙청으로 본 ‘고모부 권력’ 현주소

김정은 체제 이후 권력 재편을 진두지휘하는 유력 인물로 꼽혀온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숙청’ 사건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임명해 이영호를 견제하다 하룻밤 새 그를 무장해제시킨 과정을 볼 때 풍부한 경험과 노련함을 지닌 장 부위원장의 ‘작품’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 부위원장이 2인자 자리를 굳건히 하리란 전망이 많지만 인척의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숨은 손’ 장성택 주목=장 부위원장의 부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이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고모부라는 후광에다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그는 김정은 체제 이후 줄곧 ‘후견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위원장은 큰형 장성우(2009년 사망) 차수와 둘째형 장성길(2006년 사망) 중장이 쌓아 둔 군부 인맥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영호 숙청에도 장 부위원장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김정은이 장성택과 함께 공연 관람과 유치원 방문 등 가벼운 공개 활동을 한 날에 이영호 해임 조치를 결정한 행태는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성택이 시나리오를 짜고 김정은이 최종 승인하는 형태였을 가능성이 높다.

비단 이번뿐 아니라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된 2009년 이후 20여명의 고위 간부가 숙청된 데에도 장 부위원장의 정치력이 발휘됐으리라 추정된다. 정부 당국자는 “최룡해를 통한 이영호 관리, 김정일 사후 군부 핵심 세력 모두 교체 등 일련의 작업이 장성택의 머리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권력으로 부상할까, ‘껄끄러운’ 고모부로 남을까=이영호 숙청으로 군부의 입지는 약화됐다. 반대로 민간 출신 장성택과 최룡해의 영향력은 확대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최고 권력자 김정은으로 통하는 유일한 ‘문’인 장 부위원장의 주가가 치솟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일성 일가의 피가 섞이지 않은 장 부위원장의 한계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2004년 초 ‘권력욕에 의한 분파 행위’를 이유로 직무가 정지됐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인 고영희에 의해 3대 세습 대신 스스로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 사망 직후인 지난해 12월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도 “장성택은 김정은의 멘토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경쟁자”라고 언급했다. 김정은 입장에서 언젠가는 쳐내야 할 사람으로 인식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건강이 좋지 않은 김경희가 사망할 경우 장 부위원장의 입지는 급속히 약화될 것”이라며 “이 경우 2004년 판 사건이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