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만 내던 당·정·청 ‘박근혜 정책’엔 쉽게 합의

입력 2012-07-17 22:15


17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는 지난해 말 ‘박근혜 비대위 체제’ 출범 이후 엇박자를 내 왔던 3자가 9개월 만에 머리를 맞댄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협의 채널 복원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나머지 구체적 정책에선 쉽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나마 합의된 것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했던 것들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 합의다. 지난 5·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방침을 밝혔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공식적으로 수용하지 않았다. ‘부동산 부자들과 대형 건설사만 배불려준다’는 여론과 야당의 거센 반발을 의식해서였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정부가 야당을 설득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키로 한 것이다. 당 관계자는 “전날 박 전 위원장이 민간주택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의사를 밝힌 게 결정적이었다”고 귀띔했다.

새누리당은 회의 초반부터 인천공항 지분매각, KTX 민영화 방안 등 대형 국책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정부 측을 압박했다. 황우여 대표는 “현 정부가 매듭지어야 할 일과 후임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잘 구별하는 게 앞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자칫 소나기 피하려다 민심 태풍이 몰아칠 수 있겠다는 걱정이 많다”면서 “현 정권 임기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그동안 노력했던 것을 정리하는 쪽으로 모아주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거들었다. 회의에서도 새누리당과 박 전 위원장이 주장해 온 대로, 여론을 좀 더 수렴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 원내대표는 또 대통령 측근 비리와 관련해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신경 써 달라”며 “검찰이 제대로 못 한다면 공직자비리수사처 같은 믿을 수 있는 기관을 만들더라도 어떻게든 이 부분은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가만있지 않고 반격에 나섰다. 김 총리는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관련된 논의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 방안은 그간의 정책 추진 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해 폭 넓게 의견을 수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논의와 관련해 정치권에 대한 견제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