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D-9] 뜨거운 가슴으로 金바벨 들어올린다

입력 2012-07-17 18:43

부상이긴 투혼 닮은꼴… 中 신예들 견제 변수

알아 두면 좋은 상식 하나. 64년 전 대한민국에 올림픽 첫 메달을 안긴 종목은? 정답은 ‘역도’다. 김성집 대한체육회 고문은 1948년 런던 올림픽 역도 미들급에 출전해 380㎏을 들어 올려 한국의 첫 메달(동)을 획득했다. 한국 역도의 혼이 숨쉬는 런던, 그곳으로 ‘역도 남매’ 장미란(29·사진 왼쪽·고양시청)과 사재혁(27·오른쪽·강원도청)이 간다. 2연패의 꿈을 안고.

◇‘베테랑’ 장미란=여자 75㎏ 이상급에 출전하는 장미란은 런던 대회가 세 번째 올림픽이다. 스물한 살 때 멋도 모르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해 은메달을 땄다. 4년 후 베이징에선 인상 140㎏, 용상 186㎏, 합계 326㎏을 들어 올려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는 장미란에게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미란은 전성기를 지난 데다 무거운 바벨과 20년 가까이 씨름을 한 탓에 부상에 시달려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부쩍 커 버린 신예들도 신경 쓰인다. 중국의 주룰루(24)는 지난해 11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합계 328㎏(인상 146㎏·용상 182㎏)을 기록,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여왕으로 등극했다. 러시아의 기대주 타티아나 카시리나(21)는 같은 해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 합계 327㎏을 들어 올려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승부는 1∼2㎏에서 갈린다. 관록의 장미란이 실수만 하지 않으면 패기로 밀어붙이는 두 선수를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다. ‘디펜딩 챔피언’ 장미란은 8월 5일 오후 11시30분부터 이들과 기량을 겨룬다.

◇‘오뚝이’ 사재혁=2010년 6월 훈련 도중 왼쪽 어깨 힘줄이 끊어졌다. 또 수술대에 올랐다. 다섯 번째였다. 처음으로 수술대에 오른 건 2001년. 훈련 중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이어 왼쪽 어깨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고, 2005년엔 오른쪽 손목까지 말썽이었다. 거듭된 어깨 수술 탓에 더 이상 올림픽 출전은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사재혁은 1년 간 뼈를 깎는 재활 끝에 다시 바벨을 잡았고, 결국 런던에 가게 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금메달을 딸 수도 있는 선수’였던 사재혁(남자 77㎏급)은 네 번이나 수술을 받았던 몸으로 금메달(인상 163㎏·용상 203㎏·합계 366㎏)을 번쩍 들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사재혁은 현재도 허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사재혁을 견제하기 위해 대표팀 6명의 명단에 뤼하오지(19)와 뤼샤오쥔(28)을 포함시켰다. 둘 다 사재혁과 같은 77㎏급이다. 뤼하오지와 뤼샤오쥔은 지난 4월 열린 중국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합계 1, 2위를 차지했다. 사재혁은 다음달 1일 오후 6시부터 플랫폼에 선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