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순례보다 중요한 경제공부… ‘용돈통장’으로 시작하세요

입력 2012-07-17 20:12


전국의 초·중·고교가 다음주 중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초등학교 상급생만 되도 대부분 방학과 동시에 학원 스케줄이 빡빡하게 잡히지만 그래도 학교 다닐 때보다 여유가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방학 때마다 캠프 등 자녀가 평소 하기 어려운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재정컨설턴트 이성준(47·메리츠금융그룹 리츠 파트너스 팀장)씨는 방학 때 부모가 자녀의 미래를 위해 꼭 해야 프로그램으로 금융 교육을 꼽았다. 이씨는 “공부를 못해서 대학에 떨어지는 것보다 금융교육이 부족해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더 위험할 것”이라며 이번 방학 때는 금융교육을 시작해보라고 당부했다.

“금융교육이라고? 나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이렇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이씨는 금융교육의 첫걸음이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용돈 교육을 추천했다. 아직 용돈교육을 하지 않는 가정이라면 이번 여름방학 때 시도해보자.

신후(15·중2), 은후(13·초6), 지후(8·초1) 삼남매를 키우고 있는 이씨는 세 자녀의 금융교육 경험을 바탕삼아 최근 ‘우리 아이 부자의 싹’을 펴내기도 했다. 이씨의 도움말로 용돈교육을 언제, 어떻게 시키면 되는지 알아본다.

◇언제부터=너무 어린 아이들은 용돈 관리가 어렵다. 초등학교 4학년쯤이 적절하다. 은행이나 증권사에 자녀와 함께 가서 자녀의 이름으로 된 통장을 만들고, 입·출금을 해보게 한다. 자기 이름으로 된 통장에 용돈을 넣어주고, 필요할 때 찾아 쓰게 하면 절약하는 마음을 갖게 할 수 있다.

◇금액은 협상을 통해서 결정=용돈 교육은 일정한 용돈의 규모 안에서 쓰임새를 통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부모형편에 따라 주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걸맞은 액수를 정해 줘야 한다. 여유가 있다고 해서 터무니없이 많이 주는 것은 금물. 또 가정형편이 어렵다면 자녀에게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어서 엄마 아빠가 힘들다”는 것을 솔직하게 얘기해 부모의 경제적 형편을 알게 하도록 한다.

용돈을 처음 정할 때와 용돈을 올려 줄 때는 회사에서 임금협상을 하듯 부모와 자녀가 용돈 협상을 하면 용돈 교육의 효과는 배가 된다. 용돈인상 협상은 연1, 2회 주기적으로 하고, 용돈을 더 받아야 하는 이유 등을 증거와 함께 논리적으로 펴나갈 수 있도록 이끈다.

협상할 때 부모는 자녀의 요청을 어느 정도 선에서 들어줄 것인지 정해놓고 논리적으로 대응하도록 한다. 인상폭이 타당하더라도 매번 100% 들어주는 것은 좋지 않다. 또 어떤 경우라도 아이를 일방적으로 꾸짖거나 야단쳐선 안 된다. 자녀는 물론 부모도 경어를 사용하면 감정을 제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녀는 인격체로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의젓해진다. 협상 과정을 지속하는 동안 자녀의 논리성, 언어구사, 자료사용 능력 등은 부쩍 자라게 된다.

◇주는 간격은 성격에 따라=이씨는 알뜰한 ‘다람쥐과’인 신후는 월급제로, 꼭 필요한 것은 사고야 마는 ‘기분파’ 은후는 주급제로, 아직 어린 지후는 매일 필요한 만큼 주는 일급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나이와 상관없이 있는 대로 쓰는 막가파식 자녀에게는 그날 그날 용돈을 줄 수밖에 없지만 꾸준히 지도해 소비패턴을 바꾼 다음 일급에서 주급을 거쳐 월급제로 그 기간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용돈은 정해진 날짜를 꼭 지켜 줘야 한다.

또, 엄마가 용돈을 주고 있는데, 아버지가 기분 좋을 때 수시로 용돈을 준다면 용돈교육은 실패하게 된다. 부모가 의논해 일관되게 실시해야 한다.

◇용돈 기입장을 쓰게 하라=용돈을 준 뒤 어떻게 쓰는지 관리하지 않으면 안 주느니만 못하다. 반면 너무 자주 점검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용돈을 주는 주기별로 어떻게 썼는지 꼼꼼히 물어 용돈기입장을 쓰도록 유도한다. 용돈기입장을 쓰게 되면 지출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

◇효율적인 소비를 가르쳐라=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돈을 쓰는 것부터 배운다.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 소비의 합리성, 절약의 중요성을 터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학생 때까지는 집안일 돕기 등을 하게 하고, 고교생은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양심에 거리끼는 일은 피해 아르바이트를 경험하게 한다. 짧게는 한 두달의 경험이지만 아이들의 인생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자녀가 물건을 구입하고자 할 때 ‘없어도 되는 물건이 아닐까?’ 이렇게 물어서 최적의 소비를 하도록 유도한다.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사는 것이 현명한 지출이다. 물건을 구입할 때 품질과 가격 등을 온 오프 라인 숍에서 비교해본 뒤 구입하는 버릇을 들이도록 이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