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北 권력투쟁 어디로… ‘軍숙청’에 맞선 군부 소장파 대응 주목

입력 2012-07-17 19:14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전격 해임 이후 북한 최고지도부 내에 대대적인 숙청 피바람이 불 조짐이다. 도대체 북한의 권력 핵심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일단 정부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친족 중심으로 재편된 조선노동당이 김정일 시대에 우대받던 군부를 견제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 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영호를 따르는 군부 소장파가 재결집해 반격을 시도할 경우 새로운 권력투쟁과 함께 정치 불안이 북한 내부에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이영호 해임은 김정은 체제 권력기반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북한 지도부의 정치적 숙청 사건”이라며 “이영호가 직위를 이용해 타 부처 업무에 간섭하고, 군 인사·통제권을 놓고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마찰을 빚자 모든 직위를 박탈하는 강수를 뒀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을 장악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최룡해가 김정은의 동의를 얻어 신(新)군부의 상징인 이영호를 치밀하게 내사한 뒤 비리를 적발해 숙청한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는 정통 당 관료 출신인 최룡해의 군 장악, 군부 내 외화벌이 기구의 내각 이관,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 감소 등을 통해 북한 최고지도부의 ‘군부 힘빼기 작업’을 파악해 왔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김정은 체제에 잠재적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는 신군부 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영호의 당직까지 해임한 것도 당의 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통상 최고위 간부들을 해임할 때도 결정적인 비리가 아닌 한 당 보직은 유지토록 배려해 왔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관례까지 깬 것으로 ‘군부 전체가 당 통제 하에 있음’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이 군부를 더 강도 높게 압박할 경우 그동안 이영호를 중심으로 결집했던 군부 소장파가 돌출행동을 시도하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북측 동향을 민감하게 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은 2009년 김정은 후계체제 등장 이후 지금까지 20여명의 최고위 간부들을 이영호와 같은 방식으로 숙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당 중앙군사위와 국방위원회가 현영철(61·사진) 인민군 대장에게 차수 칭호를 수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북한이 이영호의 후임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의 계급이 차수라는 점에서 현영철이 총참모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