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베리아로 천도? “태평양 지역 중요성 커졌다”… 수도이전 논의

입력 2012-07-16 19:54

러시아에서 수도 이전 논의가 활발하게 일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래된 도시인 모스크바의 환경오염과 교통문제가 심각한 데다 소련 붕괴 이후 물가까지 폭등했기 때문이다.

후보지는 한때 유형의 땅이라고만 여겨졌던 시베리아다. 세르게이 카라가노프 러 외교국방정책위원회 위원장은 러시아가 모스크바를 포함해 세 군데의 중심지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군사의 중심지 모스크바와 문화예술의 중심지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다. 카라가노프 위원장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한 표트르 대제가 현 시대에 살고 있었다면 수도는 발칸 지역이 아니라 태평양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평양과 인접한 블라디보스토크가 새로운 경제 중심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인 세르게이 쇼이구 모스크바 주지사도 “수도는 시베리아 어딘가로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도가 실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푸틴 대통령은 정치인들의 잇단 주장에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밀집된 관청을 모스크바 외곽으로 옮기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제안에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시민 나탈리아 코발료바(39)는 “우린 모든 종류의 계획을 듣곤 했지만 결국에 (정부는) 아무것도 안 한다”고 푸념했다.

러시아의 천도 논의는 지정학적 중요성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가 거론되는 것도 최근 러시아와 협력 관계가 강화되고 있는 중국과 가깝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유럽식 근대화를 추구했던 표트르 대제는 1712년 유럽과 가까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수도를 옮겼고, 1918년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한 블라디미르 레닌이 다시 모스크바로 옮겼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