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재스민 혁명 이후… 더 엄숙해진 라마단

입력 2012-07-16 19:54

군중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행렬을 향해 토마토와 신발, 물병을 집어던지는 사건이 15일(현지시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발생했다. 이들은 “모니카 모니카” “클린턴은 떠나라”라고 외쳤다. 모니카는 클린턴 장관의 남편인 전 대통령과 섹스스캔들을 일으킨 모니카 르윈스키를 이르는 말이었다. 클린턴 장관은 이곳의 미영사관 재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길이었다. 토마토 하나가 이집트 관료의 얼굴을 때리긴 했지만 클린턴 장관의 차량은 봉변을 피했다.

20일부터 시작되는 라마단(이슬람 금식기간)을 앞두고 아랍 지역에선 어느 때보다 반미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알아라비아방송이 보도했다. 미국을 퇴폐·타락한 자본주의 문화의 본거지로 규정하고 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이를 비판하는 것이다.

무슬림형제단이 장악한 이집트 의회는 라마단 기간에 방영될 TV프로그램에 “노출·술·섹스 등 비이슬람적인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고 권했다. 낮에는 금식하는 대신 밤에는 만찬을 즐기는 라마단은 1년 중 시청률이 가장 높다. 방송사들도 라마단에 맞춰 밤마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으나 재스민혁명으로 무슬림형제단이 집권하면서 규제가 시작될 조짐이다. 이집트의 MBC방송사는 “이번 라마단에는 예언자 오마르 알 카타프를 다룬 드라마를 방송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란에서도 라마단을 앞두고 경찰이 카페와 식당 87곳을 ‘반이슬람적’이란 이유로 폐쇄했다고 16일 알자지라방송이 보도했다. 경찰은 지난 14일 테헤란 시내 카페에서 이슬람식 의복 규율을 위반했거나 물담배를 피운 여성 등을 체포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