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사우디, 호르무즈 우회 송유관 개통
입력 2012-07-16 19:53
국제 원유 수송량의 4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겠다며 서방의 원유 금수조치에 맞서고 있는 이란이 주변 산유국들로부터 카운터펀치를 맞았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송유관을 개통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UAE가 개통한 송유관은 총길이 370㎞로 수도 아부다비 인근 하브샨 정유단지에서 인도양 항구도시인 후자이라로 연결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운송하는 길이 열린 것. 지금까지는 걸프만을 거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었다.
UAE 정부는 이 송유관으로 하루 최대 180만 배럴의 원유를 운송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자지라방송은 이날 원유 50만 배럴이 후자이라 항에서 선적돼 파키스탄으로 처음 수출됐다고 전했다.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총길이 1200㎞의 천연가스관을 재활용해 송유관으로 쓰기로 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건설된 이 가스관은 본래 송유관이었으나 용도를 바꿔 가스관으로 쓰던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인접한 아브카이크 정유단지에서 홍해 항구도시인 얀부까지 연결된다.
양국이 개통한 송유관으로 운송할 수 있는 원유량은 하루 650만 배럴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되는 양의 40%를 차지한다고 FT는 전했다.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외교안보위원회 소속 무함마드 하산 아스페리 의원은 국영 프레스 TV에 출연해 “(송유관 개통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중요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벌인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