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스쿠스 격렬 시가전… 생화학무기 사용 우려

입력 2012-07-16 19:53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깝게 들렸어요. 총소리, 폭격 소리 같은 게 들렸어요. 앰뷸런스가 급히 지나갔고요. 전 무척 두려웠습니다. 오늘 밤엔 사람들이 죽겠구나….”

교전 지역 가까이 사는 시리아 활동가 사미르 알 샤미는 다급한 목소리로 인터넷전화를 이용해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무겁고 검은 연기는 수도 다마스쿠스 상공에 확연히 피어올랐다.

시리아 최악의 ‘트렘사 학살’이 벌어진 지 불과 3일 만인 15일(현지시간) 또다시 격렬한 내전이 다마스쿠스에서 일어났다. 시리아 활동가들은 반군이 주둔한 수도를 정부군이 폭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인권관측소의 라미 압델 라흐만 소장은 “반군인 자유시리아군(FSA)이 주둔한 다마스쿠스를 향해 정부군이 박격포를 날렸다”며 “이제껏 일어난 교전 중 가장 격렬했다”고 말했다. 교전은 수도 중심에서 20여분 거리인 타다몬, 크파르 수사, 나흐르 아이샤, 시디 콰다드에서 벌어졌다. 보안군이 이 지역을 장악하려 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5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번 공격은 시리아 정부가 최소 15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트렘사 학살을 공식 부인한 지 불과 몇 시간 뒤에 이뤄진 일이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지하드 마크디시 외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학살이 아니라 정규군과 평화적 해결을 믿지 않는 무장그룹 사이의 교전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지난 14, 15일 트렘사 마을을 방문 조사한 유엔 감시단은 트렘사 학살이 정부군의 ‘표적 살해’에 가깝다고 밝혔다. 유엔 감시단 대변인 수전 교셰흐는 “헬리콥터, 대포와 박격포 등 다양한 총기류가 사용됐고 불타거나 파괴된 가옥만 50채였다”고 말했다. 폐허가 된 마을 곳곳에는 피로 물든 웅덩이와 시신들이 있었다.

시리아 정부가 내전에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리아 정부가 다량의 화학무기를 옮기기 시작해 미국이 이 문제를 염두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전·현직 유엔 사무총장들은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 중국 설득에 나섰다. 코피 아난 유엔 및 아랍연맹 시리아 공동특사가 모스크바를 방문,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같은 날 베이징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한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의 지지를 얻어낼지는 미지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5일 기자들에게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해 아난 특사의 협조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해 3월 시리아 사태 발발 이후 17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