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박이 펀드매니저 있는 ‘롱런 펀드’ 성적 좋았다… 5년간 코스피지수 수익률 넘은 펀드의 비결
입력 2012-07-16 21:59
오래 묵힌 장맛이 좋듯 펀드도 묵히면 묵힐수록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펀드매니저의 교체 없이 오랫동안 운용된 펀드들이 최근 5년간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둬 온 것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펀드가 생기고 사라지는 자산운용업계에서 이 펀드들은 ‘시장을 이긴 펀드’로 불린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 펀드 381개(운용·모펀드 제외) 가운데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상회한 펀드는 모두 25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운용 전략은 같은데 수수료와 운용보수 체계만 다른 펀드를 동일한 펀드로 분류하면 11개로 추려진다.
운용사별로 보면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3개씩, KB·마이다스·하나UBS·신한BNP파리바·미래에셋자산운용이 1개씩을 차지했다. 이 펀드들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지난해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 두 차례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들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최소 5년 이상씩 뚝심 있게 운용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펀드매니저가 한 운용사에 머무르는 평균 근속연수는 4년 4개월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증권투자신탁1[주식](A)’의 경우 남동준 펀드매니저가 2007년 1월부터 현재까지 줄곧 운용하고 있다. 11개 펀드 가운데 10개는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밑돌고 있지만 남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이 펀드만큼은 단 한 차례도 수익률이 코스피지수에 뒤처지지 않았다. 남 펀드매니저는 “시장 상황에 개의치 않고 경쟁력을 가진 개별 종목에 접근한다. 최고경영자(CEO)가 시장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은 투자에서 제외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고 말했다.
11개 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1조3000억원을 넘어 최대 규모인 한투운용의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투자신탁1(주식)(A)’은 박현준 펀드매니저가 2007년 5월부터 공들이고 있는 작품이다. 박 펀드매니저는 ‘한국투자성장증권투자신탁(주식)(C)’도 2006년 12월부터 운용하고 있어 11개 펀드 중 2개를 책임졌다. 박 펀드매니저는 “단기성과를 위해 무리하게 매매하지 않고, 장기투자 매력이 높은 종목을 찾는다”고 비결을 밝혔다.
이 밖에 ‘한국투자마이스터증권투자신탁1(주식)(A)’은 이영석 펀드매니저가 2005년 7월부터, KB자산운용의 ‘KB코리아스타증권투자신탁(주식)클래스A’는 송성엽 펀드매니저가 2006년 12월부터 현재까지 각각 5년 이상 맡고 있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의 ‘마이다스커버드콜증권주식회사(주식)A1’은 허필석 펀드매니저가 2002년 4월부터 10년 넘게 운용을 맡아 왔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펀드 수는 지난 12일 기준으로 1만4개다. 2009년 2월 1만495개를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였다가 다시 1만개를 넘어섰다. 금융당국이 펀드시장 내실화를 위해 소규모펀드를 청산하고 있지만 사모펀드 투자가 늘어나면서 난립이 계속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