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강준구] 국세청 집안단속 중 또 ‘저축은행 불똥’

입력 2012-07-16 21:58

14명. 1년 사이 부실 저축은행 사태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국세청 직원의 숫자다. 이들은 조사 무마 명목 등으로 저축은행으로부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7명, 올 초에 4명이 기소됐다. 여기에 솔로몬저축은행 세무조사 청탁 건으로 1명이 구속됐고, 전직 세무서장 2명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자 지난달 정기인사 때 퇴직했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 지난 9일 전국조사국장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과장급까지 불러 모아 ‘불호령’을 내렸다. 미리 준비했던 원고도 제쳐놓았다. 그는 “국세청의 자정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은 문제”라며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한 치의 허점 없이 업무에 충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되풀이되는 부패 고리가 완전히 근절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역대 국세청장 중 상당수가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수수 등으로 사법처리됐다. 국세청장이 인사 청탁 대가로 부하 직원에게 뇌물을 받는 일이 횡행했던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되는가 하면 정권의 ‘입맛’에 따라 특정 기업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는 지적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고위층이 정치권과 유착했다면 일선은 이권청탁에 넘어가 스스로 명예를 실추시킨 경우가 부지기수다.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라는 강력한 권한은 국세청을 부패의 온상으로 이끌었고, 부패한 세무공무원들에게 조세 정의란 뇌물을 제공한 업체에 대한 호혜(互惠)에 불과했다.

악순환을 끊으려는 듯 이 청장은 그동안 외부 모임을 일절 거절하고 내부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 일선 세무서 하급직원이 평일에 골프를 치자 상급자들까지 모두 대기 발령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세청 본청 직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했다. 올해 국세청의 휴가 분위기는 어느 해보다 참담하다.

강준구 경제부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