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철구] 일본이 노벨상에 강한 이유
입력 2012-07-16 20:12
잠깐 일본을 여행하고 와서, 혹은 책 한두 권 읽고 일본을 안다고 하는 사람들이 필자 주변에 많이 보인다. 그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국경제와 일본경제를 비교하면서 미래를 점치기도 한다. 대부분이 한국경제 앞날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이제 우리나라가 일본을 만만하게 보아도 될 만한 나라인가에 대해 필자 역시 어느 정도는 자신감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나친 긍정적 사고방식이 일본에 대해서만큼은 한국인 특유의 국수주의로 둔갑해 자칫 일본의 경제력을 무시할 수도 있겠다 싶어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노벨상 수상기록을 비교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2000년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한국과 동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그리고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하였다는 공로였다. 이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한국의 노벨상 수상으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하였던 기억이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329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가운데 영국이 115명, 독일 102명, 프랑스 63명, 스웨덴 30명 순서다. 아시아에선 일본이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선두다.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을 제외하고 15명이 기초과학 분야에 속한다. 게다가 향후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과학자가 줄지어 있다.
일본은 서구의 경제권을 앞지르고 도쿄올림픽을 치르는 등 선진국 수준에 이른 1960년대 이후 수상자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다. 여기에는 기초과학 분야의 두터운 연구층과 국가적 지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일본의 기초과학은 국가적 지원과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회적 분위기, 또 묵묵히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자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인기 위주보다는 기술개발 그 자체에 만족을 느끼는 일본인들의 성향이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도 노벨상 수상에 한몫하고 있다. 문부과학성 산하 학술진흥회는 노벨재단이 있는 스웨덴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일본의 연구성과에 대한 홍보도 담당하고 있다.
물론 아시아권에서 유독 일본이 수상자를 다수 배출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노벨재단에 상당액의 기금을 낸 데 따른 배려라는 비판도 공공연히 나오기도 하지만 이를 전적으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노벨상 수상은 아직까지 기초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 경력이 없는 우리나라에는 큰 자극제로 다가와야 한다. 예를 들면 기초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며, 정부의 지속적 지원도 필요하다. 노벨상을 받는다고 당장 경제가 회복되거나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만큼 과학기술의 펀더멘털이 튼튼하기 때문에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최근 일본 관련 뉴스를 보면서 우리나라가 ‘20-50클럽’에 가입되었다고 흥분하기보다 앞으로 더 전진할 수 있는 힘과 저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그런 점에서 스타스포츠인과 K-팝의 열기로 인해 스포츠인과 연예인 되는 것에 지나친 관심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방향과 전환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노벨상 기대는 분명 자극제가 될 것이다.
강철구 교수(배재대 교수·일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