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박현동] 성공한 대통령을 보고 싶다
입력 2012-07-16 20:11
이명박 대통령이 만신창이다. 부패의 터널에 갇힌 형국이다. 이상득 전 의원은 구속됐고,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비리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두 사람 모두 검은돈을 받은 혐의다. 이 전 의원은 피를 나눈 형제고, 김 부속실장은 이 대통령을 십수년간 보좌한 측근 중의 측근이다. 부패한 권력엔 부패한 친인척과 측근이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친인척 비리에 측근 비리까지 역대 여느 정권과 별반 차이가 없다. 과거 정부의 불행도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가 결정적 원인이 된 것처럼 현 정부도 친인척과 측근에 발목이 잡혔다. 최시중, 박영준은 물론이고 일일이 거론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다. 불체포 특권 뒤에 숨은 정두언 의원도 구속은 일단 피했지만 대통령의 퇴임 길을 무겁게 하고 있다. 대통령의 실패는 곧 국가의 실패다.
돈을 탐한 권력의 말로는 불행
현 정부는 이미 드러난 정치적 흠결만으로도 미래권력의 도전에 힘겨워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통령의 권위는 추락하고 그 존엄도 훼손될 게 뻔하다. 미래권력은 현재 권력을 부정하고, 깔아뭉개려 할 것이다. 군사정부 때는 물론이고 YS, DJ 정부 때도 그랬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권력은 측근이, 재벌은 핏줄이 원수’라는 말 딱 그대로다.
재벌에, 정치적 동지들에게 빚진 게 많았던 전임 대통령들로선 원초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고 치자.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던 MB 정부는 뭔가?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다. 친인척과 측근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도 친인척과 측근이라는 덫을 넘지 못했다. 대통령의 형은 측근이자 친척이다. 자신을 지켜보는 눈이 도처에 있다는 것을 몰랐을 리는 없다. 그가 정부에 신고한 재산을 보면 돈도 많았다.
그런데도 거액의 검은돈을 받은 사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권력을 누리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때문일까, 아니면 돈으로 권력을 사려는 무리들에게 걸려든 것일까?
권력이 돈을 탐하거나 돈이 권력을 탐할 때 불행은 잉태된다. 돈을 탐한 권력이 불행해진 경우를 수없이 봤다. 마찬가지로 권력을 탐한 돈 역시 온전하지 못했다. 과거 대선자금 수사 결과는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권력이나 돈은 서로 나누지 못한다는데 하물며 권력과 돈을 함께 누리려고 하니 그 결과야 오죽하겠는가. 그 권력이 대통령과 관계가 있다면 돈의 유혹은 강해진다. 하지만 세상엔 공짜가 없다.
측근 범죄는 정권실패로 귀결
누가 뭐래도 대통령은 권력의 심장부다. 대통령과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권력자가 된다.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학연이든 지연이든 대통령과의 연(緣)은 출세의 방편이 되기도 한다. 혈연은 더하다. 더러는 이런 연을 이용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사람도 있다. 대통령 측근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대통령 주변 사람은 작은 실수도 크게 보인다. 더욱이 대통령 측근의 범죄는 정권의 실패로 귀결된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지은 죄도 없는데 청와대 주변만 가도 괜히 주눅이 든다. 어쩌다 술자리 안주삼아 사석에서 대통령을 비난한 것도 켕긴다. 단추는 제대로 채웠는지, 신발끈은 똑바로 맸는지 매무새에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도 임기 말이면 어김없이 줄줄이 터져 나오는 대통령 측근 비리는 이렇게 소심하기 짝이 없는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든다.
5개월 후면 18대 대통령이 결정된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은 사회정의를 외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거창한 구호로 이뤄지는 것은 없다. 박수 속에 출발한 정권이 손가락질 당하는 것으로 끝나는 불행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성공한 대통령을 보고 싶다.
박현동 편집국 부국장 hd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