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리베이트 근절하겠다는 각오 있어야
입력 2012-07-16 19:16
우리나라 의료계의 치부가 또 드러났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은 의료기기를 거래하면서 리베이트 19억원을 주고받은 의료기기 구매대행사 2곳과 종합병원 9곳을 적발했다.
수법은 단순하면서 뻔뻔스러웠다. 구매대행사가 의료기기 가격을 부풀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돈을 더 받아냈다. 병원은 허위청구서를 묵인한 대가로 60%를 챙겼다. 세금과 다름없는 보험료로 만들어진 건보재정까지 갉아먹은 것이다.
제약회사와 의사 및 병원 사이에 벌어진 불법 리베이트는 그동안 많았지만 의료기기마저 리베이트 대상이라는 사실은 처음 확인됐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시장은 6조원에 달한다. 이번에 적발된 구매대행사는 시장의 70%를 장악한 1, 2위 업체다. 돈을 받은 곳은 한림대성심병원, 강북삼성병원, 경희의료원, 건국대병원 등 종합병원들이다. 보건복지부가 고발하지 않은 다른 대학병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감시가 가능한 대형병원이 이러니 중소병원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의료기기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처벌 규정은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과 함께 만들어졌다. 의료기기 유통 시장에서 구매대행사가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 2000년 이후이므로 그동안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 중 얼마나 많은 돈이 빼돌려졌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의약품을 둘러싼 불법 리베이트는 워낙 고질적이어서 뿌리를 뽑기 어렵다. 지난해 4월 정부합동 전담수사반이 활동을 시작한 이후 제약사·도매상 54곳, 의사 2900여명, 약사 2300여명이 적발됐다. 그런데도 불법 리베이트는 사라지기는커녕 수법만 교묘해지고 있다.
아직 리베이트를 불법이 아닌 관행으로 생각하는 일부 탈선 의료인의 자세가 가장 큰 문제다. 리베이트를 누가 받느냐를 놓고 의사들끼리 주먹다짐까지 했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이들은 건보공단에서 상환해주는 보험금을 주인 없는 돈으로 생각한 것이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불법행위를 스스로 고치겠다는 의료계의 각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