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정대학의 검찰 요직 독식 너무 심하다

입력 2012-07-16 20:26

의사결정 왜곡으로 조직을 위기로 빠뜨려

공정성이 생명인 검찰권이 우리나라에서만 유난히 편파적이고 왜곡되게 행사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 것은 대부분 인사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느냐, 어떤 사람이 검찰총장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검찰 인사가 한쪽 방향으로 심하게 쏠리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대통령과 검찰총장이 같은 대학을 나온 이번 정권에서는 유독 특정 대학의 요직 독점 현상이 심해 국민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국민일보의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한상대 검찰총장은 취임 이후 고려대 출신들을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요직에 대거 포진시켰다. 대검의 경우 특수·공안 수사의 핵심 포스트인 수사기획관과 공안기획관에 후배를 앉히고, 서울지검의 형사·공안·특수의 1부장 자리를 싹쓸이했다. 이들 자리는 직급은 높지 않지만 최고급 범죄 정보가 보고되는 노루목으로 통한다. 지위는 높지만 이른바 끗발은 없는 껍데기 자리는 다른 대학 출신에게 양보하는 척하며 외형상 균형을 맞춰놓고 알짜배기만 쏙 빼먹었다는 것이다.

특정 대학 위주의 독식 인사가 검찰 내부에서조차 비난받자 최근 법사위 소속 야당 위원들이 모여 검찰인사위원회가 인사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도록 관련법을 바꾸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정치권의 이런 공격적인 자세에는 이 정부 출범 후 대구·경북 출신 인사를 중용한 이 지역 출신의 두 전현직 장관의 정실인사도 한몫 했다. 인사권을 틀어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전횡은 현대판 ‘검찰 엽관제’라 불릴 만하다.

원래 미국에서 발달한 엽관제(獵官制)는 선거에서 이긴 대통령이 자신의 정파를 요직에 앉히면서 시작된 것으로 1829년 미국 7대 대통령에 당선된 앤드루 잭슨이 시조다. 민의에 충실하고 지지자들로 공약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초기엔 잠시 용인되다 정실(情實)에 따라 자리가 좌우돼 공정성과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폐기된 지 오래다. 당연히 계속성과 전문성이 훼손돼 매관매직, 부정부패가 만연됐다. 능력에 따라 인사하는 실적주의의 등장 배경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인사권을 차지했다고 자신과 출신 지역이나 대학이 같은 후배에게 전리품 나눠주듯 자리를 주는 폐습이 검찰에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특정 대학 출신이 요직에 앉을 경우 조직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기 일쑤다. 수사 방향이 달라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대학 선후배로 평소 호형호제하는 습성이 공직에 스며들어 편파·왜곡 수사를 양산하기 쉽다는 말이다.

이 정부 들어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간 수사가 거의 전무한 것은 이 같은 편파적 인사가 원인의 하나라는 사실은 검찰 수뇌부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국민적 관심 사건을 재탕 삼탕 수사하는 동안 진실은 더욱 파묻히고 급기야 특검이나 국정조사로 넘어간다면 검찰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공정한 인사권 이 행사되기를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