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망각해선 안 되는 체포동의안 부결 책임
입력 2012-07-16 19:17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16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 직후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던 그가 원내대표 자격으로 의정단상에 선 모습을 보고 의아해한 국민들이 많았다. 국회의원 특권 포기 약속을 뒤집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던 여당이 책임 문제마저 외면하려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의 대국민 연설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한 사과도 없었고, 사퇴 소신을 바꾼 이유에 대한 설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국회 개혁 문제에 긴 시간을 할애했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많은 국민이 듣고 싶었던 것은 국회 개혁과 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시금석이었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에 대한 약속이었다.
이 원내대표가 연설대에 오른 것은 여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논의 결과를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새누리당은 당 대표 명의 대국민 사과와 정두언 의원의 결자해지 노력과 함께 이 원내대표가 복귀해 이번 사태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가 연설 직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힌 대로라면 일신의 영달을 위해 복귀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한번 뱉은 말을 지킬 수 없게 된 점을 국민들께 사과한다”면서 “조직의 일원이기 때문에 당 명령을 계속 거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은 아닌 듯하다.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인 진영 정책위의장은 여전히 사퇴 의사를 유지하고 있다.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의원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은) 정치권과 새누리당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굉장히 실망스러운 결과”라면서 “국민에게 사과를 하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이것을 사당화라고 한다면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해법이 옳다고 쐐기를 박은 셈이다.
하지만 원내대표의 잠정 복귀 해법은 책임을 지겠다는 건지 아닌 것인지 모호하다. 원내대표의 사퇴에는 후임 인선 등 실무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일은 결코 해서 안 되며, 그런 일이 벌어지면 가차없이 책임을 물어야 하고, 사정이 있으면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떳떳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의 정치며, 소통의 정치다. 여당 일각에서는 부결 사태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궤변들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리들에 편승해서 사태를 어물쩡 마무리하는 일은 국민을 두 번 속이는 일이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무거운 책임을 결코 망각해서는 정치가 설 자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