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D-10] 리듬체조 손연재의 90초 승부… “더 이상 실수는 없다” 톱10 넘어 메달권 도전

입력 2012-07-16 19:03


1분 30초. 손연재(18·세종고)에게는 징글맞게 긴 시간이다. 매일 10시간씩 반복되는 훈련이 1분 30초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아차 실수하게 되면 긴 인고의 시간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지난 15일(한국시간) 실제로 손연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

런던 올림픽 무대에 서는 손연재는 이날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끝난 FIG월드컵 대회 개인종합 예선에서 후프(28.050점), 볼(26.300점), 곤봉(27.250점), 리본(28.125점) 4개 종목 합계 109.725점을 받았다. 순위는 전체 26명 중 9위.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뤄 톱10에 들었다는 사실이 반갑다. 그러나 실수를 줄였더라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손연재는 볼 연기 막판 범한 실수 때문에 점수를 크게 까먹었다. 하늘로 던진 볼을 등으로 받는 동작에서 그만 볼을 놓치고 만 것. 볼은 경기장 밖으로 굴러갔고, 손연재는 음악이 끝날 때까지 볼을 잡지 못했다.

손연재는 앞선 네 차례 월드컵 볼 종목에서 평균 27.5점대를 받았던 터라 연기 후 몹시 안타까워했다. 더욱이 이번 대회 개인종합 6위에 오른 네타 리브킨(110.825점·이스라엘)과의 격차가 1.1점에 불과해 실수는 더욱 뼈아팠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 결선에 오른 리본 연기에서도 막판 리본이 손잡이에 감기는 바람에 27.975점을 받아 7위에 그쳤다.

올림픽을 앞둔 마지막 월드컵에서 손연재는 고질적인 발목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먹고 연기했다. 훈련할 땐 압박 붕대를 감고 통증을 참았지만 경기할 땐 진통제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24명이 겨루는 올림픽에선 상위 10명이 결선에 진출한다. 이 10명이 네 종목을 모두 다시 연기해 메달 색깔을 가린다. 손연재의 1차 목표는 결선 진출이다. 이번에 그 가능성을 봤다. 남은 것은 물리적인 통증과 정신적인 압박을 다스리는 일이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를 마치고 최종 훈련을 위해 모스크바로 떠나기 전 “자신감을 얻었다. 실수만 줄이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1일 영국 런던에 입성하는 손연재는 곧바로 러시아 대표팀과 셰필드로 이동해 적응 훈련을 한다. 다음달 5일엔 런던으로 돌아와 본선 경기가 열리는 웸블리 아레나에서 컨디션을 조율할 예정이다. 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예선은 8월 9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