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야기] ① 기원전 그리스 제전에도 4대 메이저대회 있었다
입력 2012-07-16 19:02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설파한 역사학자 E. H. 카의 말은 올림픽 역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고대올림픽에서 육체와 정신의 조화, 열정, 용기라는 덕목을 계승한 근대올림픽은 이젠 지구촌의 평화와 인류평등이라는 올림픽 이념으로 고대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116년 전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의 주도로 재건된 근대올림픽은 고대와 현대를 잇는 연결고리인 셈이다.
기원전 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리스 도시국가간 제전 가운데 가장 유명했던 4대 제전은 올림피아, 피티아, 이스트미아, 네메아에서 개최된 대회다. 요즘 말로 하면 4대 메이저 대회인 셈이다. 이들 대회는 각 도시의 영웅이나 신을 기리는 종교의식의 일부로 개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올림피아 제전은 기원전 776년부터 4년마다 열리면서 근대올림픽으로 맥을 이었다. 그리스 신화의 최고 윗자리를 차지하는 제우스를 기념한 이 제전은 7월 하순이나 8월 한여름에 개최됐다. 대회 기간 동안 휴전한 것이나 제우스에게 맹세하는 선수나 심판의 선서, 제물 봉헌 등은 이 대회가 갖는 종교적 색채의 일면이다. 아폴론 신을 기념한 피티아 대회는 델포이에서 기원전 582년경에 시작됐으며 처음에는 음악경연을 개최해오다 마술경기가 추가되면서 올림피아와 비슷하게 운동축제로 바뀌었다.
코린트에서 열린 이스트미아 제전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기리기위해 기원전 582년에 시작됐다. 당시 선수들도 이 4개 대회를 석권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쏟았고 이를 달성한 선수는 ‘페리오도니케스’로 불렸다. 요즘 한국선수 입장에서 보면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올림픽을 석권하는 그랜드슬래머가 되는 셈이다.
초창기 올림피아에는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온 소수의 선수들이 경쟁했지만 나중에는 그리스 속국의 선수들이 대거 참여해 4만명이 한꺼번에 올림피아에 모여들었다고 한다. 서쪽으로는 지금의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남쪽으로는 북아프리카, 동쪽으로는 터키와 흑해 연안의 선수들까지 출전했다. 또 초기에는 종교적 색채가 짙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는 후기에는 스포츠 자체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