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판치는 편의점 담배광고… LED 광고판, 규정 어기고 밖에서도 훤히 보여

입력 2012-07-16 22:12


16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1번 출구 인근 한 24시간 편의점. 출입구 옆 계산대 바로 위에 설치된 담배 진열장 앞면 대형 모니터에는 KT&G의 신제품 광고문구 ‘쿠바 말레콤 해변의 상쾌함, 모히또 1㎎’이 편의점 투명 유리를 통해 바깥에서 훤히 보였다.

몇 블록 떨어진 또 다른 회사의 편의점에서도 같은 담배제품 광고가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담배 진열대 위쪽에 직사각형 광고판 3개가 더 설치돼 넓은 통유리를 통해서도 바깥에서도 광고 내용이 다 보였다.

이날 오후 8시30분쯤 영등포지역 한 편의점에서는 미국 필립모리스사의 담배 ‘팔리아멘트 하이브리드 2 in 1’을 홍보하는 LED 조명 광고판이 훤하게 빛을 발했다.

국민건강증진법 9조4항 ‘담배 광고 금지 및 제한’ 규정에 따르면 지정 소매인의 영업소 내부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담배 광고물을 전시 또는 부착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영업소 외부에 광고 내용이 보이지 않게 전시 또는 부착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담배 소매의 35%를 차지하는 편의점 안 담배광고 상당수는 이처럼 편의점 밖에서도 훤히 보여 흡연을 부추기고 있다. 편의점 안 담배 광고는 편의점 운영 기업과 계약에 따라 담배회사들이 직접 제작, 설치한다. 대개 담배 진열대 주변 높은 곳에 눈에 띄게 설치하고 있다. 정부의 금연정책 확대로 입지가 좁아진 담배 회사들이 교묘히 법망을 피해 판촉을 꾀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김은지 사무국장은 “편의점 안 담배광고, 특히 밤에 눈에 잘 띄는 LED 조명 광고가 최근 1년새 급증하고 있다. 편의점은 학교 근처 어디나 있고, 누구나 쉽게 담배 광고를 접하게 된다”면서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은 보건소 인력 부족으로 단속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서울시는 8월부터, 보건복지부는 9월부터 금연운동협의회와 함께 편의점 안 담배광고 실태 조사 및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시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서울시에 있는 1000개 이상의 편의점에 대한 단속 계획을 세울 방침”이라면서 “편의점 안 계산대 주변 담배 진열 제한이 법제화되도록 복지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담배 진열대 근처에 광고물을 설치하다 보니 편의점 구조상 본의 아니게 외부에 노출되기도 한다”면서 “앞으로 보다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