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영호 전격 해임] 北 어디로… 최룡해에 힘 실어 개방 관측도

입력 2012-07-16 22:07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해임과 그 발표는 북한 정치사에서 극히 이례적이란 점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 모든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사태가 김 1위원장이 앞으로 북한을 어떻게 끌고 갈지를 보여주는 ‘열쇠’라는 분석도 나온다.

긍정적 시나리오는 북한이 개혁과 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김 1위원장이 ‘직업군인 이영호’로 대표되는 강경 군부 세력을 약화시키는 대신 민간 출신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측면에서다. 미국 영화 ‘록키’를 거리낌 없이 공개석상에서 보는 그의 스타일로 미뤄 급속한 변화 물결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기대 섞인 관측이다. 정부 당국자는 16일 “김정은은 자본주의를 몸소 겪은 인물”이라며 “자본주의가 급속히 퍼지면서 동구권이 어떻게 몰락했는지 생생히 목격했기 때문에 오히려 개혁·개방에 더 몸을 사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 내부가 혼돈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북한이 김정일 시대와 차별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인물’들과의 갈등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한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이번에 표출된 북한의 정세 불안은 김정은 리더십 문제나 경제적 어려움보다는 신·구 인물 간 갈등에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갈등이 조기에 해결되지 않고 심화되는 상황이다. 김정일 시대에 지나치게 비대해진 강성 군부를 약화시키려는 김 1위원장의 당 중심 체제 운영에 군부가 강력 반발할 경우 북한 사회가 혼돈에 휩싸일 수 있다. 하지만 3대 세습으로 이어진 강력한 통치력을 생각할 때 이번 사건이 오히려 김정은 독재 체제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김정은이 물려받은 권력 기반을 주목해야 한다”며 “김정은이 아버지가 권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도 있을 것이고, (현재도)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추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