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7개월만에 사고, 기로에 선 30대 목회자의 꿈… 방축교회 장흥국 목사

입력 2012-07-16 16:25


103년 역사의 조그만 시골교회가 깊은 시름에 빠졌다. 이달 초 교계 행사에 참석하러 가던 성도들이 교통사고로 5명이나 목숨을 잃은 것. 40여명뿐인 교회 성도의 4분의 1 가까이가 유가족이 돼버렸다. 70여 가구의 작은 마을도 슬픔에 휩싸였다.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에 위치한 방축교회(예장통합) 장흥국(38) 목사는 지난 5일 오전 아내인 박선옥(39) 사모와 여성도 7명을 차에 태우고 길을 나섰다. 노회 여전도회연합회가 주최하는 부흥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사고는 평택-화성 고속도로 정남 IC 부근에서 발생했다. 장 목사 앞을 달리던 탑차가 갑자기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접촉사고로 2차로에 정차해 있던 탱크로리 차량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뒤따르던 장 목사도 추돌을 피하려고 핸들을 꺾었다가 지나가던 승용차와 부딪친 뒤 튕겨져 나와 탱크로리 뒤쪽을 들이받았다. 정확한 사고경위는 조사 중이다. 이 사고로 승합차에 타고 있던 박 사모와 성도인 박영수(77)·박종선(74)·오순근(73) 권사, 정소아(80) 집사가 소천했다. 장 목사 등 4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 15일 시흥의 시화센트럴 병원에서 만난 장 목사의 음성은 시종 떨렸다.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고통 받는 이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목사로서 그저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권면하고, 훈계하는 데만 익숙했거든요.”

장 목사는 장로회신학대를 졸업한 뒤 도미해 미주 장신대 신대원을 마쳤다. 미국 한인교회에서 부목사로 5년간 시무한 뒤 2009년 귀국해 수원 서둔교회 부목사로 사역하던 중 방축교회 담임 목사직을 요청받았다. 성도의 70% 이상이 60세가 넘고, 복음화율은 5%가 되지 않는 지역이었다. 장 목사 부부는 고민하지 않았다. 평소 ‘담임목회를 하게 되면 하나님이 보내시는 곳으로 가자’고 아내와 함께 기도해왔기 때문이다.

부임 7개월 만에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한 장 목사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유가족들이 눈에 밟힌다고 했다. 장 목사는 슬하에 아들 2명(11세·7세)을 두고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