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영호 전격 해임] 장성택에 찍혔거나 黨·軍 권력투쟁서 숙청된 듯
입력 2012-07-16 22:07
정부는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사실상 ‘숙청’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의 과거 관행에 비춰봤을 때 매우 이례적이고 전격적으로 인사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영호는 지난 8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행사 때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건강상 문제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단 1주일 만에 군 최고 권력자에서 정부 당국자의 표현대로 ‘계급장 다 떼고’ 추락했다. 통상 북한에서 신병에 이상이 있으면 시간을 두고 인사를 하거나 모든 직위에서 한꺼번에 해임하지는 않고 체면상 한 직책은 남겨뒀다.
특히 북한이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일요일(15일)에 하고, 회의에서 결정한 인사 문제를 다음날 새벽 6시에 전격적으로 공개한 것은 특별한 의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16일 “이영호는 군복 입은 군인 중 제일 높은 사람으로 김정일 운구 행렬에서 김정은과 같은 위치에 섰던 인물”이라며 “이런 인물을 모든 자리에서 해임하고 이를 전격 공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영호의 ‘숙청’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 설득력 있게 대두되는 것은 권력암투설이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 권력 최고위층에게 밉보였을 가능성, 당과 군의 권력싸움에서 밀려났을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군부에서도 강경 세력으로 꼽히는 이영호가 군부보다는 당 중심으로 운영을 하려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게 ‘눈엣가시’였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권력투쟁이 아닌 자연스러운 내부 권력교체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영호가 당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과도기에 맞는 인물로 추천한 만큼 자기 할 일을 완수하고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구체적 배경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하면서도 북한 권력 내부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지난 4월까지는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였지만 그 이후 김정은식 통치 스타일이 서서히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