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 유발 ‘취약 X 증후군’ 착상 前 배아 단계서 선별

입력 2012-07-16 18:02


정신지체를 유발하는 ‘취약 X 증후군(fragile X syndrome)’을 착상 전 배아 유전자 검사로 선별할 수 있는 신(新)의료기술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관동의대 제일병원 불임·생식내분비과 강인수(사진) 교수는 불임연구실 이형송, 김민지 박사팀과 함께 ‘다변위(多變位) 확대(MDA)’ 방식으로 시험관 아기 프로그램의 착상 전 배아 단계에서 취약 X 증후군을 가려내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착상 전 유전진단(PGD)은 1990년부터 사용돼 온 보조생식기술의 한 종류다. 대물림 유전질환을 가진 부부에게서 얻은 시험관 아기 배아 중 유전적으로 정상인 배아만 골라 임신을 유도하고자 할 때 사용된다. 또 취약 X 증후군이란 다운증후군 다음으로 정신지체를 많이 일으키는 유전 질환이다. 남아는 신생아 4000∼9000명당 1명, 여아는 6000∼8000명당 1명꼴로 각각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정신지체 환자 중에서 취약 X 증후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남자가 5.9%, 여자는 0.3% 정도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시험관 아기 시술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해도 임신 전에 이 같은 위험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착상 전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하는데, 기존의 중합효소연쇄반응법(PCR)으로는 취약 X 증후군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FMR)의 결함을 확대해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 교수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DA 방식의 유전자 검사법을 고안했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PCR 방식에선 할 수 없었던 취약 X 증후군 유전자 FMR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강 교수팀은 실제 이 방식으로 약 6피코그램(pg·1조분의 1g) 크기 세포 1개에서 대량의 FMR 유전자를 얻는 데 성공했고, 이를 다시 PCR 방식으로 증폭시켜 염기서열상 결함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유전학 분야 국제 학술지 ‘제네틱스 앤드 몰리큘러 리서치(GMR)’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