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영호 전격 해임] 北 뜬금없이 “南·美 지령받은 테러범 적발”… 정부 ‘내부 소요’ 예의주시

입력 2012-07-16 19:30

북한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남한과 미국 정부 지령을 받고 북한에 침투한 ‘테러행위자’를 적발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정부는 이 같은 발표가 김정은 체제를 불안케 하는 특이동향이 내부에서 발생하자 이를 우리 측에 전가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보고 북한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조평통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해당기관 통보에 의하면 얼마 전 괴뢰정보기관 지령을 받고 우리 공화국에 침투하여 동상과 대기념비를 파괴하려던 자들이 체포됐다. 월남도주자(탈북자)를 비롯한 반역자들로, 미국과 괴뢰정보기관의 돈에 매수돼 불순한 파괴암해 책동에 가담했다는 것을 실토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우리의 최고 존엄에 대한 극악무도한 특대형 테러사건이자 국제법을 난폭하게 위반한 중대 국가정치 테러사건”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최고 존엄’이라는 표현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조평통 성명이 상당히 특이하고 이례적”이라면서 “북한 내부에 소요사태 같은 불온한 행동들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체제 결속을 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휴민트(HUMINT·대북 인적정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내부의 특이동향을 우리 쪽 책임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북한은 2007년과 2008년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발표를 한 적이 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대변인은 2007년 9월 “외국 첩보기관의 비밀 정탐활동을 적발했다”고 주장했고 이듬해 12월에는 “남측 정보기관원이 최고 지도부를 모략하는 활동을 벌이다 체포됐다”는 성명을 냈다.

한편 국내 탈북자 단체 관계자는 “인민군 출신 탈북자 몇 명이 김일성 동상 파괴 계획을 세웠었는데 이번에 일부가 체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