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지훈]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한계
입력 2012-07-16 20:08
최근 정치권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회 부결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른바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문제인데, 이 특권은 국회의원이 여러 가지 이해관계나 편견에 사로잡히는 일 없이 자유롭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주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불체포 특권과 함께 우리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원의 특권 중 하나가 바로 면책특권이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 특권이 논란의 중심이 된 적이 있다. 1991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구속 기소된 신한민주당 유성환 의원 사건 때다. 유 의원은 당시 “대한민국의 국시(國是)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라고 적은 보도자료를 기자실에 사전에 돌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고, 법원은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질문할 원고를 사전에 배포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속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처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토론과 발언을 보장해 국민 대표로서 기능을 충실히 하고, 야당을 포함한 국회라는 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적 기능을 해 왔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대의민주주의의 반영이라는 기능보다는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정치인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위해 대정부 질문이나 국회 발언 때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거나 실명을 거론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행위들까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라는 이름으로 보호해야 하는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한계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직무상 발언과 표결에 한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직무와 관련 없는,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은 면책특권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
국회법 제146조는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독일 기본법 역시 ‘국회 내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모욕적이거나 명예훼손적인 경우에는 면책되지 않는다’며 모욕적인 발언과 사생활에 대한 발언을 면책특권의 보호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고 있다.
둘째, 직무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국회 내에서 타인의 범죄 혐의나 비리에 대해 당연히 발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발언이 면책특권의 보호 대상이 되려면 명백한 증거 제시에 의해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공개나 발언은 면책특권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
셋째, 면책특권의 효력은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므로 국회 내에서의 정치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 내에서 윤리위원회 회부 등과 같은 자율적인 징계 등의 책임 추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국회 내에서 면책이 되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발표한 의견을 국회 외에서 발표하거나 출판한 경우에는 면책특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처럼 국회의원의 특권 중 하나인 면책특권은 대의제 기능을 수행하는 국회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당연히 최대한 보장해야 하겠지만 지금처럼 무책임한 폭로나 정치적 공세로 이용된다면 근본적인 취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박지훈 종합법률사무소 열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