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마당발의 黑心
입력 2012-07-16 20:08
마당발은 두 가지 뜻을 갖는다. 첫째는 볼이 넓고 발바닥이 평평하게 생긴 발을 말한다. 납작발이라고도 하는데 걸으면 쉽게 피로를 느낀다. 발바닥에 오목하게 들어간 데가 없는 평평한 발, 즉 평발 또는 편발도 비슷한 뜻이다. 둘째는 인간관계가 넓어서 폭넓게 활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 지역이나 단체 등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사람을 마당발로 부른다.
예를 들면 이렇다. 개그맨 출신 방송인 김용만이 최근 연예인 섭외 이벤트 회사 ‘스타로그인’을 차렸다. 이 회사는 광고 모델이나 각종 행사에 연예인 등을 섭외해 주는 일을 한다. 유명 배우, 가수, 운동선수, 방송인 등 800여명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비스를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언론에서는 내로라하는 사람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김용만을 연예계 마당발로 칭한다.
회식 자리에서 만난 한 언론인은 휴대전화 전화번호부에 8000명가량의 인물을 저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 중 상당수의 인물에게는 1년에 한두 번은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낸다. 특히 중요한 이들은 지역, 직능, 출신고, 동호회 등으로 구분해 입력해 놓고 있단다. 이 정도면 언론계 마당발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마당발의 조건은 무엇일까.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웃는 표정을 짓고, 말주변이 좋다. 모임에서는 상대방의 장점을 부각시킨다. 좀처럼 남의 실수를 지적하지 않고 웃어넘긴다. 여러 행사나 모임에 참석하려면 건강해야 하고, 수중에 돈도 넉넉해야 한다. 학연 지연 인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런 조건을 대체로 갖추면 주변에 사람이 모인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야말로 대표적인 마당발이다. 그는 마당발의 조건을 두루 겸비한 상태에서 흑심까지 품은 듯하다. 정치인이나 재계 수장들이 수강하는 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과 금융·문화인 모임은 물론 정·관계 인사들의 상가까지 일일이 챙기며 인맥을 넓혔다. 그가 만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개하는 식으로 임 회장의 인맥은 그물망처럼 확대재생산됐다. 유능한 다단계 영업사원을 능가한다. 이렇게 맺은 친분을 이용해 금품이 오간다.
아무 조건 없이 금품을 받은 것 같지만 나중에 반드시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 기소됐고,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임 회장 리스트까지 거론되고 있다. 요즘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