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탄자니아 동행 취재기] 흙탕물 웅덩이에 핀 생명의 희망
입력 2012-07-16 16:51
[미션라이프] 말이 우물이지 흙탕물 웅덩이였다. 쓰레기가 둥둥 뜨고 희멀건 물이 반쯤 차 있었다. 바로 이곳이 탄자니아 엔다바쉬 얄라리오 마을 250가구 1500여 주민들의 식수원이었다. 웅덩이 근처엔 소똥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주민들은 양동이에 물을 떠서 머리에 이거나 자전거에 싣고 3~5㎞를 걸어간다. 파비올라(20·여)씨도 이곳에서 플라스틱 양동이로 하루 6번씩 정도 물을 떠간다. 생후 10개월 된 남자 아기를 안고 온 그는 “여기서 물을 가져가 빨래도 하고 음식도 만든다”면서 끓이지도 않은 물을 그대로 아기에게 먹였다. 그는 ‘물 때문에 이상이 없냐’는 질문에 “배가 좀 아프긴 하다”고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탄자니아는 1인당 GDP가 1126달러인 개발도상국가다. 하루 평균 2달러 미만으로 사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90% 이상 된다. 한국 월드비전은 기독교 인류애에 기초해 2009년부터 엔다바쉬와 레이크 에야시 지역개발을 집중적으로 돕고 있다. 월드비전이 식수개발과 소득증대 교육 복지 보건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현장을 12~14일 찾아가봤다.
엔다바쉬 지역은 연간 강수량이 400~600㎜에 불과하다. 1년 내내 건조한 상태가 유지되다 보니 먼지가 자욱한 안개처럼 흩날린다. 농사는 고사하고 식수조차 부족하니 생산성은 바닥을 친다. 주민 6만여명 중 98%가 옥수수와 콩을 재배하고 목축업에 종사하지만 소득이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월드비전은 이곳에서 우물을 파고 소득증대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개발협력에 초점을 둔다. 지원만 받다보면 자립정신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다바쉬 나이바라 마을 묘목 사업장은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2000달러 상당의 씨앗을 지원해 지역 주민의 삶을 바꾸고 있다. 4만8000개의 묘목을 6개월간 정성스레 키워 판매하는 것은 주민의 몫이다. 묘목은 1주당 0.9달러에 판매된다. 이렇게 창출된 소득은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로 되돌아간다.
식시 베스 술래(58)씨는 “월드비전의 도움을 받기 전엔 개인이 묘목을 키웠지만 이제는 30명이 함께 기술도 배우고 일도 하니 생산량이 증대됐다”면서 “나도 묘목을 팔아 집도 짓고 농사 때 사용할 펌프도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리 스테파노(49)씨는 “돈을 벌어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으며, 일부는 마을 보건소를 돕는 데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조셉 아이사키(37)씨도 “농사지을 소도 4마리나 샀다”며 웃었다.
고무적인 일은 이들이 학생들에게 나무심기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인근 게르초등학교에 431주의 묘목을 기증했다는 것이다. 헤르마니바요(54) 교장은 “올해 2월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했는데 2명의 학생이 한그루의 나무를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1만6200달러가 투입된 엔다바쉬 바소도위시 마을의 우물파기 사업에도 동네 주민이 직접 참여한다. 포스틴 만다(47)씨는 “동네사람들이 깨끗한 물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다”면서 “한국 월드비전이 우리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물은 생명”이라고 말했다.
레이크 에야시 지역은 6만170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의 70%는 양파 농사를 짓는데 월드비전이 2010년부터 5000달러를 투입해 8kg의 양파씨를 제공하고 있다. 아그네스 상가(50)씨는 “한국 월드비전에서 받은 양파씨로 4046㎡에서 120kg짜리 양파 50박스를 수확했는데 1박스에 100달러의 수익이 남는다”면서 “한국의 지원에 감사드리며 열심히 농작물을 재배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소액 금융제도를 도입해 상부상조하고 있다.
월드비전은 2011년 몰스초등학교를 세웠으며, 오는 9월 키스망게다초등학교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7000여명의 아동과 결연해 지원하고 있으며, 보건소 태양열 발전시설 지원, 에이즈 예방교육 등도 실시하고 있다.
월드비전 강원지회연합회 대표회장 권오서(춘천 중앙교회) 목사는 “1억5000만~2억원으로 추산되는 식수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교회는 물론 시·군을 순회하며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라며 “이스라엘 백성이 유월절을 지키며 고난을 기억했듯 한국도 현재의 성장에 도취되기보다 고난의 시기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목사는 “지구촌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 하나님이 기쁘게 보시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국 월드비전의 지원은 2024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엔다바쉬(탄자니아)=글·사진 백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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