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거주춤 ‘O字형’ 다리여 이젠 안녕∼

입력 2012-07-16 18:32


전업 주부 임미순(가명·50·경기도 광주)씨는 요즘 휜 다리와 조금만 걸어도 아픈 무릎 때문에 고민이다. 2년 전 폐경기에 접어들며 증가한 체중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과거 50∼55㎏을 유지하던 그의 체중은 급격히 불어 현재 70㎏에 이른다. 어느새 다리도 무릎을 중심으로 오(O)자 형으로 변해 무엇을 입어도 옷태가 나질 않았다. 살을 뺄 작정으로 몇 차례 운동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번번이 무릎 통증이 발목을 잡아 그만두고 말았다.

결국 견디다 못해 병원을 찾은 임씨는 X선 촬영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후 무릎 관절 내측 간격이 좁아져 교정이 필요하고, 손상된 연골을 재생시키는 치료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무릎 관절에는 완충 작용을 하는 연골이 있는데,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한쪽이 반대쪽보다 많이 닳게 되면 다리가 휘게 된다. 이로 인해 퇴행성관절염도 촉진된다. 휜 다리 교정과 동시에 퇴행성관절염을 예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서 있는 자세에서 양 무릎 사이 간격 5㎝ 이상이면 ‘휜 다리’ 판정=휜 다리는 서양인보다 동양인,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견된다. 가부좌를 틀고 앉는 좌식 생활습관과 무릎을 굽힌 채 해야 하는 일이 많은 가사(家事)가 주 원인이다.

좌식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무릎 안쪽에 하중이 많이 걸리게 되고, 이 때문에 대퇴골(허벅지뼈)과 경골(정강이뼈) 사이의 무릎 관절 연골 내측에 무리를 주게 된다. 오랜 시간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하거나, 쪼그려 앉아 빨래하기 등과 같이 무릎 관절에 부담을 주는 자세로 가사노동을 반복하는 것도 휜 다리를 유발하는 한 원인이 된다.

이런 변화는 특히 50대 폐경기 여성일수록 심하다. 폐경으로 인해 여성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서 단백질 구성 성분도 덩달아 감소, 연골이 약해지는 탓이다.

연세사랑병원 권세광 원장팀은 폐경이 다리 각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관절염 증상으로 내원한 41∼60세 여성 환자 200명의 무릎 관절을 X선으로 찍은 다음 허벅지뼈와 정강이뼈가 맞물리는 각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두 뼈의 각도는 폐경 전 여성의 경우 평균 5.8도, 폐경 후 여성은 평균 6.9도를 기록했다. 이는 폐경을 전후해 여성들의 다리 각도가 벌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권 원장은 “똑바로 선 자세에서 양 무릎 사이가 5㎝ 이상 벌어져 있으면 ‘오자 형 휜 다리’가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그로 인한 연골 손상 및 퇴행성관절염이 촉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상된 연골 바로 치료해야 다리 휨과 관절염 동시 예방=그렇다면 휜 다리는 어떻게 해야 교정할 수 있을까. 성장기엔 교정기를 착용하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복구효과를 볼 수 있지만 보통 뼈 성장이 끝나는 만 18세 이후엔 소용이 없다. 이때는 다리 각도를 다시 짜 맞춰주는 수술(근위경골절골술)이 필요하다.

물론 휜 다리 교정 수술 때 연골 재생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 중 이미 통증을 느낄 정도라면 휜 다리로 인해 연골 손상과 함께 퇴행성관절염도 진행되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연골 손상 치료는 일반적으로 손상 범위가 2㎠ 미만일 때는 혈소판풍부혈장(PRP)주사, 2㎠ 이상일 때는 자가 골수유래 줄기세포 주입술로 한다. PRP주사는 환자 혈액을 20∼40㏄ 채취한 뒤 응집과 치유의 역할을 하는 혈소판만을 120개 이상 농축해 연골 손상 부위에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반면 자가 골수유래 줄기세포 주입술은 환자 자신의 골수 속 줄기세포를 추출, 연골 손상 치료 목적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휜 다리 수술, 즉 근위경골절골술은 무릎 관절 부위에서 정강이뼈가 시작되는 근위부(윗부분)를 인위적으로 부러뜨리고 틀어진 관절 각도를 본래대로 바로잡아 무릎 관절 안쪽에 가해지던 압력을 분산시켜주는 치료법이다. 권 원장은 “인공관절 치환술과 달리 자기 관절을 보존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수술 후 무릎을 굽히고 펴는데 아무 지장이 없고, 심한 운동을 해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