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 종교인과 신앙인 (12)
입력 2012-07-16 16:06
히브리교와 유대교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200대 유망 기업에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선정됐다. 회사 대표로 시상식에 참석키 위해 싱가포르로 출장을 갔다. 시간이 조금 남아 근처 관광을 몇 군데 했는데 안내자가 무조건 유명한 절이 있다고 나를 데리고 갔다. 그런데 절이 참으로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불상도 있고, 코끼리 같은 힌두교 상도 있고, 배가 불룩 나온 도교의 부처상도 있었다.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이 불상 앞에 헌화하고 기도하는 모습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수만 원 하는 꽃은 물론이고 십만 원대의 꽃바구니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아이도 낳을 수 있고 부자도 될 수 있고 병도 낫는다고 소문이 자자한 절이라 신도가 많다고 한다. 저 많은 꽃이 다 어디서 들어오는지 궁금해져 동행했던 거래처 사장님에게 물었다.
사장은 빙긋이 웃었다. 신도가 꽃을 불상에 바치면 승려가 즉시 수거해 다시 꽃장수에게 팔고 꽃장수는 즉시 신도들에게 팔기 때문에 꽃이 얼마든지 준비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인도를 방문했을 때 힌두교 사원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도 똑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불교, 힌두교 모두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양과 비둘기를 파는 상인들과 환전상들에게 아버지의 집을 더럽히지 말라며 심한 말씀과 행동을 하신 것이 기억났다. 제사장들이 상인들과 결탁해 성전에 바쳐진 헌물을 빼돌리고 장사하는 것을 한탄하신 것이다.
과연 언제부터 유대교에서 짐승을 잡는 것이 폐해지고 헌물을 바치는 것으로 변했는가가 궁금해졌다. 구약 성경에서는 죄를 지으면 양과 염소, 비둘기 등을 성전에 바쳐 제사를 지낼 것을 명령했는데, 예수님 당시에는 이미 짐승을 잡는 제사를 드리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난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오랫동안 공부한 교수님께 문의를 해보고 구약학을 전공한 교수님께도 물어봤으나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궁금증은 더해졌으나 알 곳이 없어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지냈다.
그러다 어제 책을 읽다가 우연히 이것에 대해 다룬 부분을 발견하고 아주 기뻐하며 단숨에 읽었다. 이 책에 의하면, 이스라엘의 종교는 속죄를 위해 성전에 짐승을 바치는 종교였다. 성전에서 짐승을 잡고 그 피를 제사장이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 종교였던 것이다.
그러다 바벨론 포로 후 이스라엘이 땅과 성전을 모두 잃고 나자 하나님을 섬길 새로운 종교의식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가정에서 율법을 공부하고 기도와 회개를 하는 입술의 종교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율법을 중시하는 유대교라는 종교로 변화되고, 이 율법을 해석하는 유명한 선생들이 랍비라는 이름의 유대지도자로 등장했으며, 이 랍비들이 구전 율법과 토라라는 구약성경의 주석을 바탕으로 정리한 책이 바로 탈무드다.
이 탈무드라는 해설서가 유대교의 주요 경전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리하여 제사 중심의 히브리교는 말씀 중심의 유대교로 변해, 시나고구라는 회당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로 탈바꿈한 것이라 한다.
미사 중심의 가톨릭은 중세 때 성경을 보지 못하게 하고 제사를 중요시한 종교, 기독교는 말씀의 종교로 서로 대조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종교도 변화를 피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힌두교도 소와 짐승을 바치던 제사 중심의 종교에서 살생을 금하는 불교로 거듭난 것을 보면서 세계 종교의 변화를 깊이 생각해 보았다.
이제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실 신령한 제사를 드릴 거룩한 제사장이 되었다. 짐승의 피를 드리는 제사장이 아니라 거룩한 우리의 삶을 통해 하나님께 드리고, 또한 택하신 족속이 되고 왕 같은 제사장들이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피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역사와 하나님의 아들 됨에 깊이 감사드리는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받아들이지 않아 구원에 이루지 못하는 유대인들에게, 그리고 예수님 이외에도 구원이 있다는 다원주의자들에게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