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 종교인과 신앙인 (11)

입력 2012-07-16 16:04

종교 브로커

어느 저녁 모임에서였다. 우리나라 전통 종교의 신도회장인 분이 자리를 함께 했는데 약간 흥분된 어조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며칠 전 신문에 크게 보도된 종교인의 도박과 향락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는 그 분이 재벌가의 회장이기도 하고 한 지역의 신도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신앙심이 뛰어난 분이라 생각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나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아주 뜻밖의 이야기를 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당사자들 보다 종교를 통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일종의 브로커들의 탐욕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자신은 신앙심이 깊지만 종교 브로커를 거치지 않고 부처님께 직접 예불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이야기를 들어 보았더니 이 분은 일부 스님을 신과 인간 사이의 중계자로 보고, 이들을 통해 신앙심을 오히려 잃어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큰 사찰의 주지의 권한이 너무 크고 재정 권한이 간섭받지 않으며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폭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 큰 사찰의 주지는 선거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 선거의 비용과 파벌이 심해 어느 정치 선거보다도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한다. 게다가 소속 사찰에 대한 주지 임명권이 주어진다고 하니 아주 큰돈과 권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곳에서 세상적인 싸움이 시작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폭력과 금력과 부패가 난무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민주적인 선거 방법이 오히려 종교인을 부패하게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아마 이번 사건도 이러한 일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왜 승려가 이토록 물질에 집착하냐고 묻자 되돌아온 그의 대답은 단순했다. 이렇게 큰 권력과 돈을 가진 주지가 나중에 바뀔 경우, 한 순간에 아무 것도 없는 빈털터리가 되고 노후에 아무런 대책도 없어진다는 사실이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재직 시 돈을 축적하려고 그러는 것이라고 했다.

가톨릭의 신부는 노후에 생계가 보장되는 시스템이 있어 부럽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신부님들의 부패는 매우 적다고 덧붙였다.

나 역시 크리스천으로서 현재 한국교회의 현실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한국교회도 일부 승려들과 무엇이 다른가를 생각해 보았다.

총회장 부정 선거, 교회의 금전 비리 사건, 세습 문제, 여자 문제 등이 신문에 대문짝하게 날 때마다 괴로워했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리고 이와 같이 일부 신과 인간 사이의 중계 브로커가 꼭 스님만인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했지만 나 역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리 백성이 원하는 것은 진정한 신앙인이 되고, 신에게 의지하고,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뿐일 것이다. 이곳에 신의 대행자라고 생각하는 종교 브로커가 끼어들어 우리를 오히려 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의 정신적 지주였던 우치무라 간조라는 무교회주의자가 있었다. 이 분이 지금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이며, 일본이 기독교 문화를 생활 속에 받아들이게 한 사상가였다. 그러나 그의 무교회주의는 일본 기독교의 쇠퇴를 가져왔다. 우리가 존경했던 함석헌 선배님이 그 분의 제자였다. 교회가 없이는 구원에 이르기 힘들다. 교회는 하나님의 뜻에 순복하는 본래의 뜻을 잘 이루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성경은 이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모든 성직자는 하나님이 맡기신 양 무리를 치지만, 마지못해 하지 말고 하나님의 뜻을 좇아 진심으로 할 것을 말씀하시고 있다.

또 더러운 이를 위하여 하지 말라고 하신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을 빙자하여 본인이 존경을 받으려 하거나 본인의 지식 자랑을 하지 말며, 물질적인 탐욕을 버리고, 교인들 위에 군림하거나 본인을 CEO라고 생각하는 성직자가 되지 말라는 말씀이다.

그리고 교인들에게 자신을 주장하는 행동을 하지 말고, 자신의 올바른 행위를 통해 모든 양 무리의 모범이 될 것을 베드로 전서에서 말씀하고 계신다.

그리고 양 무리는 성직자의 노후를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준비해야 된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