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여름밤 더위 식혀준 ‘한류’ 바람

입력 2012-07-15 19:25

주말인 14일 오후 집 근처에서 일행과 함께 택시를 탔다. 궁런티위창(工人體育場·노동자운동장)으로 가자고 했더니 친절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쪽은 오늘 차가 많이 막히니까 지하철을 타고 가세요.” 이런 택시기사를 만난 건 다행이었다. 택시로 집에서 제일 가까운 량마차오(亮馬橋) 지하철역까지 갔다.

량마차오역에서 두 정거장을 가서 내려 10분가량 걸어야 궁런티위창이다. 이곳까지 가는 도로는 몰려든 사람과 차량 때문에 혼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일부는 차도로 내려가 걷기도 했다. 그러잖아도 한여름 날씨에 교통경찰들은 땀을 뻘뻘 흘렸다.

궁런티위창에서 열린 ‘2012 베이징 한류 콘서트’ 때문이었다. 인도 곳곳에서는 음료수나 야광봉 등을 파는 상인들과 공연장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이 뒤엉켰다. ‘황뉴(黃牛)’라 불리는 암표상들은 입장권을 흔들어 보이며 반공개적으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2AM, 포미닛, 브라운아이드걸스, 미쓰에이, 보이프렌드…. 낯익은 팀들이 열창하자 거미(歌迷·노래 팬)들은 미리 준비해온 글씨나 그림 등을 흔들며 좋아했다. 2AM이 감성적인 발라드를 부를 때나 브아걸의 가인과 2AM의 조권이 어깨를 맞댄 채 다정하게 노래할 때는 특히 열광하는 모습이었다.

공연장을 세계 각국 청년들이 찾는 거리로 유명한 싼리툰(三里屯)과 인접한 궁런티위창으로 잡은 것도 괜찮았다. 이번 콘서트를 후원한 베이징현대(현대자동차와 베이징자동차가 합작 투자한 법인)는 젊음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신형 중국형 아반떼 ‘랑둥(朗動)’을 무대 좌우에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아이돌 가수들이 랑둥 옆에서 노래 부를 때마다 대형 스크린에는 현대차 로고가 박힌 랑둥이 비춰졌다. 운동장을 찾은 베이징 시민들에게 한국 대중문화와 상품을 동시에 알린 셈이다. ‘한류’와 함께 시원하게 보낸 베이징의 주말 여름밤이었다.

아쉬움도 없진 않았다. 중국국제여행사(CITS)가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개최했다고는 하지만 운동장을 찾은 사람이 3만명가량에 불과했다. 전체 수용 인원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정도다. 한류의 발전을 위해서는 좀 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