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전용차 타고 경호원 감축… ‘검소한 올랑드’

입력 2012-07-15 19:24

‘보통 프랑스인’을 내세우며 당선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친서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블링블링(반짝반짝) 대통령’으로 불렸던 전임 니콜라 사르코지와는 눈에 띄게 차별화된 모습이다. 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프랑스의 대대적인 긴축정책을 앞두고 ‘상징’을 활용한 올랑드 대통령의 검소한 스타일이 프랑스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리띠 졸라매기는 쉽고 작은 것부터=올랑드의 검소함은 전용차에서부터 드러난다. 그는 기존의 3000㏄급 시트로엥 C6 대신 시트로엥 DS5 디젤하이브리드 모델로 바꿨다. 운전기사 등급도 3등급에서 2등급으로 낮췄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 전용차도 빨간색 신호등이 들어오면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야 한다. 리셉션에 쓰이는 샴페인도 저렴한 무스카데 와인으로 바꿨으며 대통령궁 경호원도 3분의 1을 줄였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내각과 국영기업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장 마르크 아이로 총리는 최근 장관들에게 각부 예산을 내년까지 7% 줄이고 향후 2년마다 4%씩 추가 감축하라고 지시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미 자신을 포함해 장관들의 급여도 30% 줄였다. 기존에 노동자의 60배 이상 높은 연봉을 받았던 국영기업 최고경영자의 보수도 업체 최저임금 노동자의 20배 혹은 연봉 55만 유로로 제한된다.

야당 인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사르코지 정부 시절 예산장관을 지낸 발레리 페크레스는 “프랑스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90%에 육박하는 시점에서 이런 계획은 위선적인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대규모 정리해고 용납 못해=구조조정 같은 전통적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올랑드 대통령과 이를 관철시키려는 기업들의 힘겨루기도 시작됐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혁명기념일을 맞아 펼쳐진 군사 퍼레이드가 끝난 후 TF1, 프랑스 2채널과 공동 인터뷰를 갖고 “푸조가 이번 주 발표한 8000명 감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감원 계획은 재협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용은 최우선순위”라며 “내 임기가 끝날 때까지 최대한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자동차업체 푸조는 지난 12일 3000명이 근무하는 파리 근교 올네이 지역의 조립공장을 2014년 폐쇄하는 등 직원 8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상반기 판매가 부진해 8억8500만 유로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이유였다. 프랑스 자동차 공장이 폐쇄되는 것은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올랑드 정부는 25일 자동차 산업 지원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