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습기 불티… 장마철에 활짝 웃는 홈쇼핑

입력 2012-07-15 19:18


장마철을 맞아 홈쇼핑 업체들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장마철이 되면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기 때문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매출은 떨어지고 홈쇼핑 매출은 오른다. 특히 제습기 매출이 오르고 있다.

◇제습기 때문에 휴가 포기=지난 12일 오후 7시 서울 문래동 GS샵 사무실에서 만난 제습기 담당 MD 홍성택 대리는 “이번 여름휴가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제습기 판매를 시작하면서 주문이 끊이지 않아 방송을 추가로 긴급 편성하는 일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원래 3일 정도 간격을 두고 방송하려 했지만 다음날 비가 온다는 소식에 예정에 없던 방송을 끼워넣기도 했다.

홍 대리는 “방송이 갑자기 잡혀 개인 스케줄을 모두 미루는 일이 허다하다”고 털어놨다.

GS샵의 경우 방송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 제습기 1만5000대가 팔려나갔다. 매출액은 40억원에 달한다. 방송 9회 만에 벌어진 일이다. 9회 중 6회는 추가 편성이었다. 물량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시청률이 높은 밤 시간에 예정돼 있던 방송을 시청률이 낮은 낮 시간대로 바꾸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주까지 3만대 판매, 80억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그 이상은 물량을 구할 방법이 없어 판매가 불가능하다.

CJ오쇼핑도 비슷한 상황이다. 물량만 확보되면 기존 편성 계획을 다 바꿔서라도 하겠다는 것이다.

CJ오쇼핑 편성팀 최진우 대리는 “홈쇼핑 간에 제습기 물량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물건만 있으면 가장 좋은 시간에 배치해서 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습기 때문에 영업, 편성 등 홈쇼핑 전 부서가 낮과 밤을 잊은 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하이마트에 따르면 제습기는 장마가 본격화된 이달에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배가량 판매가 늘었다

◇장마철엔 고객들도 예민=홈쇼핑 콜센터 상담원 A씨는 장마철인 요즘 출근하기가 겁난다. 비오는 날에는 전화량이 많은 데다 짜증을 내는 고객도 많다는 것이다. 최근 한 고객이 왜 택배를 경비실에 맡겨놨느냐며 당장 집으로 갖고 오라고 호통 친 일이 있었다고 한다.

A씨는 “날이 쨍쨍할 때는 이런 일로 항의하는 고객이 거의 없는데, 비만 오면 예민해지는 분들이 있다”면서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털어놨다.

홈쇼핑 콜센터는 비가 오면 평소보다 15∼20% 정도 전화량이 늘어난다. 전화를 하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평상시에 궁금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 물어본 것을 꼬치꼬치 캐묻는 사람도 있고, 배송이 언제 되는지 한두 시간 간격으로 계속 전화하는 사람도 있다. 제품구매와 상관없는 전화를 하는 사람도 비만 오면 유독 많아진다고 한다.

콜센터 상담원들은 비가 오면 가능한 말을 짧게 한다. 설명도 간략하게 요점만 하려고 한다. 괜히 말을 길게 했다가 고객에게 꼬투리를 잡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홈쇼핑 콜센터 관계자는 “회사의 얼굴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고객을 응대하지만 인격적인 모욕을 퍼붓는 경우에는 정말 참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김준엽 임세정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