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무덤 된 저축銀 비리] 사업확장·부실 무마 위해 실세 로비
입력 2012-07-15 19:14
지역 밀착형 서민 금융기관으로 출발했던 저축은행이 비리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정·관계 게이트가 터질 때마다 권력 실세에게 ‘뒷돈’을 준 저축은행 대주주가 구속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되풀이되는 저축은행의 악몽은 대주주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비리에 눈감은 금융당국, 저축은행을 사금고로 바라보는 권력 실세들의 합작품이다.
금융업은 정부가 감독하는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대형 증권사나 은행들은 감시의 눈길이 촘촘하지만 ‘덩치’가 작은 저축은행은 감시망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보니 온갖 불법이 횡행할 수 있는 배경이 조성됐다.
먼저 저축은행의 이사들은 대부분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으로 채워진다. 또 임원·사외이사·감사 등에는 감사원, 금융감독원 등 유력기관 출신 인사들이 눌러앉는다.
이들은 저축은행 내부의 비리를 척결하기보다는 감독기관에 대한 ‘로비 창구’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감독기관 출신 감사들은 내부 통제보다는 금융당국을 상대로 감사 범위를 축소시키거나 정보를 미리 얻는 창구로 활용돼왔다”고 털어놨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자생력을 상실한 점도 한 원인이다.
1972년 도입된 상호신용금고(저축은행의 전신)는 은행의 유흥업소 대출을 금지한 여신금지업종 제도 덕분에 ‘틈새시장’을 점유했지만 98년에 이 제도는 폐지됐다. ‘먹거리’가 없어진 저축은행들은 무리하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벌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대규모 부실 사태에 휩싸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은 새로운 수익 사업에 대한 허가나 영업정지 무마를 위해 권력 실세들에게 대규모 금품을 살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3억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임석(구속)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나 청와대를 상대로 퇴출 저지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는 김찬경(구속) 미래저축은행 회장 등도 모두 이 같은 과정에서 돈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