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자체 화재 진압… 타임스퀘어, 하마터면

입력 2012-07-15 18:46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은 데다 관리업체도 뒤늦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타임스퀘어는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20만명 이상 되는 국내 최대 규모 쇼핑몰이어서 부실한 화재대응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영등포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2시20분쯤 타임스퀘어 오피스 B동 엘리베이터 위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관할인 영등포소방서가 바로 길 건너편에 있음에도 관리업체는 자체 진화에 나섰다. 건물 내부 리뉴얼 공사 중 오작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경보 기를 끈 상태여서 화재경보도 울리지 않았다.

불은 다행히 10분 만에 꺼졌으나 연기가 엘리베이터 통로를 타고 건물 전체로 퍼져 많은 사람들이 호흡곤란과 두통을 호소했고, 직원 1명은 병원으로 후송됐다. 관리업체는 진화가 완전히 끝난 오후 2시40분쯤 안내방송을 통해 상황 종료 사실만 알렸다. 영등포소방서에 관련 내용이 접수된 것은 오후 3시46분이었다.

관리업체 관계자는 신고가 지연된 것에 대해 “자체 진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보기를 꺼둔 것에 대해서는 “합법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공사를 할 땐 경보기를 꺼놓는다”고 답했다.

오피스동의 한 직원은 “건물에 연기가 자욱한데 아무런 경보와 안내도 없다가 불 다 껐으니 안심하라고 방송만 하면 되는 거냐”고 성토했다. 타임스퀘어 고객 이동수(73)씨도 “삼풍백화점도 붕괴 10분 전까지 고객들에게 안내방송을 하지 않았다. 심각한 안전불감증”이라고 지적했다.

소방 관련 법규에는 화재나 구조구급 사고를 목격 시 소방서 등에 알려야 하고, 방화시설 폐쇄, 잠금, 차단 등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영등포소방서 관계자는 “화재가 나면 타임스퀘어 건물 구조상 연기가 엘리베이터 통로로 건물 전체에 퍼지기 쉽고, 전기시설이 많아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