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경제] 무역규모 사상 최대, 106억달러 흑자라지만… 껍데기만 흑자
입력 2012-07-15 18:52
우리나라 무역규모가 상반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수출 침체로 흑자규모는 106억7000만 달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 증가율이 동시에 하락하는 가운데 흑자를 유지하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다.
15일 관세청이 집계한 ‘6월 및 상반기 수출입동향(확정치)’에 따르면 상반기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한 2645억5000만 달러를 기록한 반면 수출은 0.6% 늘어나는 데 그친 2752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전년 동기 153억4000만 달러보다 47억 달러가량 줄어든 106억7000만 달러 흑자를 보였다. 수출과 수입을 더한 교역규모는 지난해 상반기(5318억 달러)를 뛰어넘은 5397억7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수출은 유럽연합(EU)과 중국을 중심으로 줄었다. EU 수출은 4개월째 감소하며 상반기 16.1%나 후퇴했다. 중국으로의 수출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상반기 1.5%나 감소했다. 품목별 상반기 수출은 자동차(14.8%), 석유제품(11.2%), 철강제품(4.8%), 기계류(6.9%)가 견인했다.
수입은 미국(5.2%), EU(7.1%), 중동(16.2%) 등은 증가했지만 일본(-4.4%), 호주(-10.4%), 중국(-6.3%), 동남아(-5%) 등은 감소했다.
관세청은 “유로지역 위기, 중국 등 주요 수출시장 경기침체, 4월 이후 국제유가 하향 안정세, 내수 부진 등의 영향으로 수출입 증가율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경제연구원은 “무역수지 흑자가 자동차 등 일부 품목과 중국 등 일부 수출시장에 편중돼 있어 속살은 악화되고 껍데기만 흑자인 ‘무역수지 착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부품 포함)의 1∼5월 무역흑자는 266억 달러를 기록, 전체 무역흑자 57억 달러에서 자동차를 제외하면 무역수지는 209억 달러 적자로 반전된다. 또 5월까지 316억 달러에 이른 대(對)중국 무역흑자를 빼면 무역수지는 259억 달러 적자가 된다. 최성근 선임연구원은 “새로운 수출 주력 품목을 육성하고 수출·수입시장을 다변화해 무역수지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