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걸 연출가-이만희 극작가 20년 만에 의기투합… ‘불 좀 꺼주세요’ 원조 공연

입력 2012-07-15 17:58


1992년 서울 동숭동 대학로극장 무대에 올라 3년6개월 동안 2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동원한 연극 ‘불 좀 꺼주세요’가 같은 극장에서 9월 9일까지 공연된다. 강영걸 연출가와 이만희 극작가가 20년 만에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무대를 올린 이 연극은 초연 이후 여러 연출가들에 의해 각색됐으나 이번에 원조 공연을 다시 볼 수 있어 기대를 모은다.

연극은 산골학교의 여교사와 학교농장으로 숨어든 남자의 순수한 사랑을 그렸다. 사랑하지만 헤어지게 된 이들은 결혼 생활에 실패한 여교사와 국회의원으로 승승장구하는 남자로 10년 만에 다시 만난다. 더 큰 출세를 위해 위선 속에서 삶을 살아가던 남자는 문득 본래의 자기모습을 찾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옛 사랑을 찾아가는데….

1970년대부터 한국 연극계를 이끌어온 강영걸 연출가는 ‘19 그리고 80’ ‘넌센스’ ‘피고지고 피고지고’ 등 숱한 작품을 연출했다. 상징적이고 치밀한 작업으로 “한국어의 멋과 맛을 가장 잘 아는 연출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몇 년 전 암 진단을 받고 세 번 수술을 했다. 이번이 생애 마지막 무대가 될지 모른다는 각오로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이번 작품에는 그의 무남독녀인 배우 강윤경이 출연해 눈길을 끈다. 서울예대를 졸업한 후 아버지가 연출한 연극 ‘작은 할머니’로 데뷔한 강윤경은 “함께 작업하면 힘든 점도 많지만 선생님(그녀는 작업하는 중에는 아버지를 그렇게 부른다)을 제일 존경하고 신뢰한다”며 “여자 분신 역할을 최선을 다해 연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88서울올림픽 개막식 때 화제를 모은 굴렁쇠 소년 윤태웅이 남자분신 역을 맡았다. 경기대 체육과를 졸업한 그는 오디션을 통해 강영걸 연출의 ‘19 그리고 80’에 캐스팅 돼 배우 박정자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는 “이번 작품은 사람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공연”이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무대”라고 소개했다.

강영걸 연출가와 이만희 극작가는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돌아서서 떠나라’ ‘피고지고 피고지고’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등 4편을 연속으로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이·강 연극시리즈’ 프로젝트다. 잔잔한 삶의 모습을 해학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두 연극인의 합작 무대가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선물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람료 3만원(02-929-8679).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