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6집 정규음반 발표한 김진표… 아빠가 돼서일까 노랫말이 한결 부드럽다
입력 2012-07-15 17:58
듀오 패닉의 일원, 1997년 국내 최초의 랩 음반을 발표한 래퍼,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카레이서, ‘보이스코리아’(Mnet) ‘탑기어 코리아’(XTM)를 진행한 MC, 사진을 사랑하는 포토그래퍼….
김진표(35)가 명함을 만든다면 명함 크기가 남들보다 커야할지도 모르겠다. 누구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다 그만큼 화려한 이력을 가졌으니까.
최근 6집 음반을 발표한 그를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08년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정규 음반. 지난 4년, 결혼을 하고 자식을 키우는 ‘아빠’가 돼서일까. 11곡이 담긴 그의 신보 노랫말은 전작들에 비해 한결 부드럽다. 음반만 내면 수록곡 상당수가 무더기로 방송 불가 판정을 받던 건 과거의 일이 됐다.
-새 정규 음반이 나오기까지 4년이나 걸렸다.
“카레이싱을 시작하면서 차에 푹 빠져 살았다. 차가 정말 좋았다. 그런데 정규 음반을 내고 싶다는 갈증이 어느 순간부터 심해지더라. 재작년부터 준비했다. 미니음반이나 싱글앨범을 낼 수도 있지만 정규 음반을 내고 싶었다. 그래야 음악 작업을 제대로 한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노랫말이 예전에 비해 유해졌는데 이유가 있을까.
“아이가 생겨서 그런 거 같다(그는 4살 된 아들과 2살 된 딸을 두고 있다). 나도 모르게 남들 눈치를 보게 되더라. 나도 늙은 거 같다(웃음). 몇 곡이 문제가 돼서 음반 전체에 피해를 주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기도 했다.”
-바람둥이의 내용을 다룬 ‘바람 피기 좋은 날’, 새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내 여자친구는 슈퍼스타’ 같은 곡은 ‘유부남’ 김진표에겐 안 어울리는 내용인데.
“예전엔 사랑 노래는 되도록 피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사랑을 빼면 만들 수 있는 노래가 몇 개 없더라. 그래서 스트레스가 심했다. 이번엔 내가 쓸 수 있고, 상상할 수 있는 사랑 노래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재밌게 써볼 수 있는 내용을 고민하다 나온 곡들이다.”
-정치인의 위선을 풍자한 노래 ‘어쩌라고’가 눈에 띈다.
“나는 정치색이 없다. 사실 정치엔 관심을 끊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왜 정치에 무관심할까’ 자문하게 됐다. 결론은 그들(정치인들)로부터 배신을 많이 당해서였다. ‘이렇게 할 거라 믿었는데 이번에도 아니네’라는 느낌이 반복되니까. ‘어쩌라고’는 그런 연장선에서 만든 곡이다.”
-여러 분야에서 활동해서인지 음악에 다소 소홀한 것 같다는 인상도 주는데.
“지금 내 삶에서 중요한 건 음악과 카레이싱이 5대 5다. 하지만 가장 희열을 느끼는 분야를 꼽으라면 당연히 음악이다. 차 안에서 녹음이 끝난, 세상 어느 누구도 모르는 노래를 내가 미리 듣고 있을 때의 쾌감이 정말 좋다. 다른 건 몰라도 음악만큼은 계속 할 것이다.”
-‘힙합 뮤지션’으로 불리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큰 거 같더라.
“나는 중고등학교 6년을 힙합에 미쳐서 살았다. 온갖 음반을 다 샀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하는 음악은 그때 내가 듣던 음악과 다르다. 그냥 팝(Pop)이다. 미디어에서 저를 힙합하는 사람으로 규정하면 속상하다. 진짜 힙합을 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뮤지션 김진표’로서 계획이 있다면.
“내년엔 노바소닉을 다시 하고 싶다(1999년 록밴드 노바소닉에서 보컬로 활동하기도 했던 김진표는 2003년 건강 문제로 팀에서 나왔다). 노바소닉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노바소닉 새 음반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