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英 거장을 만난다
입력 2012-07-15 17:57
영국의 현대미술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실험적이다. 유럽 미술의 본고장인 프랑스가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추상회화에 관심을 두고, 독일이 실험성 강한 표현주의 작품에 쏠려 있다면 영국은 두 가지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게 강점이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영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잇따라 열린다. 올림픽과 함께 영국의 예술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태광그룹 산하 일주학술문화재단과 선화예술문화재단은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빌딩 3층 일주 & 선화갤러리(02-2002-7777)에서 ‘영국 현대미술 작가 2인전:패트릭 콜필드 & 줄리안 오피’ 전을 9월 6일까지 연다. 1960년대 영국 팝아트를 주도한 패트릭 콜필드(1936∼2005)의 작품 8점과 다양한 활동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하고 있는 줄리안 오피(54)의 작품 14점 등 모두 22점이 출품된다.
콜필드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정물화와 풍경화 같은 전통적 형식을 이용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소외현상을 화폭에 담았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가운데 대표작인 ‘인테리어(INTERIOR)’는 ‘아침’ ‘점심’ ‘저녁’ ‘밤’ 등 4점으로 구성됐다. 네 가지 풍경을 정지된 화면에 담아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 있다.
줄리안 오피는 콜필드 같은 영국 팝아트 1세대 작가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 2세대 작가로, 미국 앤디 워홀 이후 가장 대중적인 팝아티스트로 꼽힌다. 인체의 윤곽만 드러내는 주인공의 걸어가는 모습을 담은 그의 영상 작품은 너무나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피가 지인 ‘루스(Ruth)’를 대상으로 인물의 세부 묘사를 생략하고 특징만 단순화시켜 표현한 작품 등을 선보인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02-2287-3500)에서는 24일부터 8월 19일까지 영국 작가 6명의 작품을 ‘Cool Britannia(멋진 영국)’라는 타이틀로 전시한다. ‘Cool Britannia’는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가 이끈 노동당 정부가 1997년에 들어서며 음악, 예술, 패션 등 전 분야를 선도하는 젊은 영국의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하고 경제 부흥을 꾀하자는 취지의 정책이자 구호였다.
이를 통해 영국 현대미술을 상징하는 yBa(young British artists·젊은 작가그룹)가 생겨나고, 이는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는 안토니 곰리(62), 트레이시 에민(47), 마크 퀸(48), 사라 모리스(45), 게리 흄(50), 할란드 밀러(48) 등 작가들의 신작이 소개된다. 1980년대 이후 세계 미술의 흐름을 주도해온 영국 현대미술의 성장과 현주소를 들여다볼 수 있다.
안토니 곰리는 신체를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라 여겨 자신의 몸을 주물로 본떠 설치하는 작업을 했다. 트레이시 에민은 어둠을 밝히는 네온사인을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 자신의 피를 응고시켜 조각 작품을 만드는 마크 퀸은 인간의 삶과 죽음, 생명의 고귀함을 주제로 삼는다. 사라 모리스는 기하학적 추상회화를 선보인다.
또 공공장소의 문을 그리며 유명해진 게리 흄은 대중문화 속 이미지를 빌려 색채와 표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할란드 밀러는 영국의 유명 클래식 출판사인 ‘펭귄북스(Penguin Books)’의 표지를 소재로 유머러스한 회화를 그린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사랑 가족 생명 평화 등 주제를 관람객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그것은 올림픽정신과도 통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